거짓 서류를 바탕으로 대출을 내주는 ‘작업대출’ 방식으로 1조2000억원 상당의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 다섯 곳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금융 당국은 해당 저축은행에 대한 제재 절차에 들어가는 동시에 비슷한 사례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1.2조원 사업자 주담대 '작업대출' 한 저축은행
금감원은 저축은행의 사업자 주담대 취급실태 점검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저금리 시절 부동산 가격 급등기 때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사업자 주담대 잔액이 2019년 말 5조7000억원에서 작년 9월 13조7000억원으로 두 배 넘게 급증했다. 일부 저축은행에서 작업대출 의혹이 불거지자 금감원은 작년 6~12월 사업자 주담대 잔액 상위 5개 저축은행의 현장검사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5개 저축은행에서 1조2000억원(잠정) 규모의 부당 취급 사례를 파악했다. 은행에서 4억원의 가계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한 회사원 A씨는 추가자금이 필요하자 전자상거래업자로 사업자 등록을 한 뒤 대출모집법인을 통해 저축은행에 8억원의 사업자 주담대를 신청했다. 저축은행에서 사업자 대출을 받기 위해선 선순위인 가계대출을 상환해야 한다고 하자 대출모집법인이 A씨의 가계대출을 먼저 갚아준 뒤 사업자 주담대를 실행한 후 수수료를 챙겼다. 대출모집법인은 대출금을 사업물품 구입에 쓴 것처럼 용도증빙 서류도 위·변조했다.

대출모집인의 모집수수료율은 가계 주담대가 대출 금액의 0.8%, 사업자 주담대는 2%대라 이 같은 불법을 저지를 유인이 컸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작업대출에 가담한 대출모집인을 사문서 위·변조 혐의로 수사 의뢰했고, 문제가 된 저축은행에 대해서도 제재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5개사 외 나머지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올해 정기검사 때 유사 작업대출 사례가 없었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