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물적분할할 때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주는 등 주주 보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상법 개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지난해 상장사를 대상으로 이 같은 규제가 적용된 데 이어 모든 기업이 따라야 하는 상법에도 주주 보호장치가 생길 전망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주주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 이뤄졌을 때 반대하는 주주가 보유주식을 매수해달라고 기업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상법 개정 눈앞…“물적분할 사라질 것”

씨 마른 물적분할…비상장사도 막히나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상법특별위원회는 13일 첫 회의를 열고 기업이 물적분할을 추진할 때 주주를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상법 개정안을 논의한다. 지난해 금융위원회처럼 반대하는 주주에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을 다룰 예정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9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표해 12월 말 시행에 들어갔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자본시장법에 이어 상법에서도 규제가 만들어지면 물적분할이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고 있다. ‘물적분할 결정은 곧 주가 하락’이란 인식이 공식처럼 굳어진 상황에서 물적분할을 추진하면 주주들이 대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주가 많을수록 기업은 더 많은 돈을 들여 자사주를 사들여야 한다.

이 같은 부담으로 지난해 DB하이텍(9월), 풍산(10월), SCI평가정보(12월) 등이 연이어 물적분할 계획을 철회했다. 이례적으로 물적분할 계획을 그대로 추진한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10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주들로부터 자사주를 사들이는 데만 700억원을 썼다.

물적분할 추진 기업도 갈수록 줄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물적분할 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7곳에 불과했다. 회생절차 과정에서 부인권 소송 등의 업무를 전담시키기 위해 신규법인을 세운 좋은사람들과 UCI를 빼면, 실제 사업을 떼어낸 물적분할은 5건으로 줄어든다. 같은 해 1분기엔 20곳에 달했지만 그 후 규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자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선 이날까지 계획을 공시한 기업이 한 곳도 없다. IB업계 관계자는 “주식매수청구권이 대거 쏟아질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물적분할을 결정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분사방식 잇따를 수도

비상장사의 경우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 결정 방법이 단순하게 규정돼 있다. 회사와 주주가 협의해 결정한다는 내용만 상법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이런 조건이 오히려 물적분할을 추진하기 부담스러운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협의가 미뤄지면 회사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주에게 연 6%의 지연이자를 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이번 상법 개정안 도출 과정에서 비상장사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을 산정하는 방법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기업들이 이 같은 문제점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분사방식을 들고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해 4월 ‘현물출자’ 방식으로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을 떼어낸 KT가 대표적이다. KT는 당시 클라우드·IDC 사업을 떼어내 새 법인 KT클라우드를 세운 뒤 1조6000억원 규모 현물 자산과 현금 1500억원을 출자해 KT클라우드 지분 100%를 확보했다. KT클라우드는 출범 후 곧바로 투자 유치를 추진해 최대 1조원 확보를 눈앞에 뒀다. 지난달 투자자 선정을 위한 본입찰에 사모펀드(PEF) 운용사 세 곳이 참여해 흥행에 성공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