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과 일본 국민의 중국 경유 비자 면제를 전격 중단했다. 중국발 입국자 방역 강화 조치에 반발해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한 다음날 추가로 보복성 조치를 내놨다.

중국 이민관리국은 11일 “최근 소수의 국가에서 중국 국민에 대한 차별적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함에 따라 이런 조치를 도입했다”며 “이날부터 한국 및 일본 국민의 도착 비자(현지에 도착해서 발급받는 비자) 발급과 72~144시간 경유 비자 면제 정책 시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경유자에 한해 72~144시간 동안 공항 등 지정된 곳에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또한 특수한 상황인 경우에는 도착 비자를 발급해왔다. 앞으로 한국과 일본 국민에게는 이 같은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얘기다. 중국을 경유해 제3국에 가기 위해 중국 내 공항에서 몇 시간 대기하는 경우는 이번 조치와 관련이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전날 한국과 일본의 중국발 입국자 방역 강화 조치에 대응해 한국 국민의 단기 비자, 일본 국민의 일반 비자 발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경유 비자 면제 중단도 이 조치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지난 3년간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해 오면서 중국 경유 수요는 크게 줄었다. 1~2주의 시설 격리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데다 중국으로 오가는 항공편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한 베이징 교민은 “지난 8일부터 중국이 입국자 격리를 폐지하면서 경유도 쉬워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이번 조치로 경유 자체가 불가능해졌고 추가 규제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작지 않다”고 말했다.

서방 외신들은 중국이 한국과 일본 국민의 중국행 비자 발급을 중단한 것 등을 두고 ‘보복성’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AP통신은 “중국의 이번 조치는 중국발 입국자에게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부과한 나라에 대한 보복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방역 정책은 어디까지나 과학적 근거에 의한 자국민 보호의 문제인 만큼 우리 입장을 (중국에) 잘 설명하라”고 주문했다고 박진 외교부 장관이 이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보복성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외교부가 중국에 충분히 소명해 달라고 당부했다.

신정은/김인엽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