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조 단위 투자금을 유치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는 11일 PIF와 GIC로부터 각각 6000억원을 투자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기업가치는 10조5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장전 투자유치(프리IPO)를 추진해왔다. 기업가치를 18조원으로 책정해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블랙록 등 글로벌 PEF로부터 약 1조원의 투자 유치를 추진했지만 금리 인상 등 시장 상황이 악화하며 막판에 거래가 무산됐다. 카카오는 기업가치를 10조원으로 낮추고 새 투자자를 물색해왔다.

카카오엔터는 투자 유치로 확보한 자금을 재무구조 개선과 인수합병(M&A)을 통한 새 성장동력 마련에 사용할 계획이다. 웹툰·웹소설 분야에서 치열하게 맞붙어온 네이버와의 콘텐츠 확장 경쟁도 재개될 전망이다. 카카오엔터는 콘텐츠 제작사와 연예기획사를 잇달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려왔다. 2021년엔 약 1조1000억원을 투입해 북미 기반 웹툰 및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시와 타파스를 인수했고, 아티스트 유희열 씨가 설립하고 유재석 씨가 소속된 안테나도 M&A로 확보했다.

GIC는 카카오엔터 2대주주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의 주요 출자자다. 앵커PE를 통해 2016년 카카오엔터 전신인 포도트리(카카오페이지)에 투자해 인연을 맺었다.

한국 콘텐츠산업에 적극 투자해온 PIF도 게임사에 이어 연예기획사 및 웹툰·웹소설 사업까지 투자 영역을 넓히게 됐다. PIF는 엔씨소프트(9.26%)와 넥슨(9.49%)의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 K콘텐츠 성장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기조를 세운 점도 해외투자자들에 카카오엔터를 비롯한 한국 콘텐츠기업들의 성장에 대한 신뢰를 형성해 투자 유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김성수 카카오엔터 대표는 “이번 투자 유치로 K 콘텐츠 산업의 미래와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았다"며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확대로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고 수출을 견인토록 한다는 정부의 K컬처 성장 전략에 발맞춰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리딩 컴퍼니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