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청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덕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전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청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덕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사의 표명을 보고받았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1일 “김대기 비서실장이 나 부위원장의 사의 표명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며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은 특별한 말씀이 없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당분간 나 부위원장의 사의를 수용하지도 반려하지도 않고 ‘보류’로 둘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나 부위원장의 거취가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출마 문제와도 맞물려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이 ‘무응답’을 통해 당무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오는 14일 6박8일간의 아랍에미리트·스위스 순방길에 오르고, 그 직후 설 연휴가 이어지는 만큼 보류 상황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 대통령실은 전날 김 실장이 나 부위원장으로부터 문자메시지나 유선 연락을 받은 바 없다고 했다가 이날 “김 실장이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고 뒤늦게 인정했다.

정식으로 사직서를 내야 윤 대통령이 재가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모든 인사 절차는 사직서를 본인이 제출하면 인사혁신처를 통해서 (사직서가) 오고, 대통령의 재가가 있어야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 부위원장은 말을 아꼈다. 그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충북도민회 중앙회 신년교례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에서 (사의 표명에 대한) 말씀을 아직 못 들었다.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사표 제출 계획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나 부위원장은 전당대회 출마를 여전히 숙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잠행 모드’를 깨고 이날 서울 동작구 신년인사회를 시작으로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 충북도민 신년교례회까지 세 차례 공개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모든 행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거론해 주목을 끌었다. 동작구 신년인사회에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하여!’ 하면 ‘절대화합!’으로 답해달라”는 건배사를 했다. 이어 충북도민 신년교례회에서는 “충청 출신 대통령을 드디어 저희가 배출했다”며 “저는 대통령이 잘돼야 대한민국이 잘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