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사직서를 문서로 제출하기로 했다. ‘서면으로 사직서를 제출해야 수리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대통령실 입장에 따른 것이다. 정치권에선 나 전 의원이 당대표 선거 출마를 결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나 전 의원은 13일 인편으로 서면 사직서를 윤 대통령에게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의원 측은 “이미 문자메시지와 유선 등으로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사의를 밝혔지만 대통령실이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고 있어 공식 절차를 밟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이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아 행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부위원장직 사의를 수용하지 않자,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다는 의미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0일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문자 등으로 사의를 밝혔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서울 모처에서 측근들과 만나 논의한 뒤 이 같은 입장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에선 “나 전 의원이 사실상 당권에 도전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나 전 의원 측 인사도 “대통령실 일부 참모진이 중간에서 양측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으면서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치려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나 전 의원은)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나 전 의원이 본인의 거취와 관련된 결정을 윤 대통령에게 넘겼다는 해석도 나왔다. 윤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의 사직서를 반려할 가능성도 있어서다.

나 전 의원 측은 출마 선언을 할 경우 시점은 설 연휴 이후를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주말 해외 순방을 위해 출국할 윤 대통령에게 국내 정치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도에서다.

나 전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충북도당에 보낸 영상축사에서도 “윤석열 정권의 노동 개혁과 연금 개혁, 교육 개혁을 비롯한 개혁 과제를 우리 당이 뒷받침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당도 정당개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