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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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가 약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폭이 20여년 만에 최대로 벌어진 영향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외국인의 채권투자 자금은 27억3000만달러 순유출됐다. 이는 2019년 1월(-32억3000만달러) 이후 3년 11개월 만에 최대 순유출 기록이다. 연간으로 따지면 지난해 외국인 채권 투자 자금은 117억2000만달러로, 지난 2019년 (81억6000만달러) 이후 최저치로 나타났다.

외국인의 채권 투자가 줄어든 것은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연 3.25%로, 미국(상단기준 연 4.5%)보다 1.25%포인트 낮다. 이는 20여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역전이다. 한은 관계자는 "채권 자금의 경우 만기도래 규모 증가, 차익거래 유인 축소 등에 따라 순유출로 전환됐다"도 설명했다. 한·미 금리 역전 폭 확대 영향에 대해서는 "차익거래 유인 축소 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내외금리 차가 변하면 자본은 투자수익률이 높은 나라의 금융자산으로 이동한다. 한국이 미국보다 금리가 낮은 상황이라 한국으로서는 자본 유출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달러로 자금을 조달해 한국 채권에 투자하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자금조달 금리(미국 금리)가 채권 투자 수익률(한국 금리)보다 높아지기 때문에 한국 채권에 투자할 유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 이러한 차익거래 유인은 축소되고 있다. 차익거래 유인을 나타내는 내외금리차(CD 3개월 금리-리보 3개월 금리)와 원·달러 3개월물 스와레이트 간 격차는 최근 0.2%포인트 내외로 줄어들었다. 그만큼 달러로 한국 채권에 투자할 경우 이익이 적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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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은은 한·미 금리 역전으로 외국인의 채권 투자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7월 '한·미간 정책금리 역전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흐름에 미치는 영향'의 블로그 글에서 "채권자금의 경우 우리나라 채권의 수익률이 신용등급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고, 장기투자 성향의 공공자금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급격한 유출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2010년 이후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가 크게 증가했는데 특히 투자 대상을 다변화하려는 해외 중앙은행, 국부펀드 자금 등을 중심으로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 공공자금은 투자 다변화 등을 목적으로 장기적인 시계에서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과거 위기 시에도 크게 유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외국인의 주식 투자 자금은 3억1000만달러 순유입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연속 순유입이지만, 규모는 전달(21억달러)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지속 경계감 등으로 주식자금 순유입 규모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연간으로 보면 외국인 주식 투자는 60억9000만달러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주식과 채권 투자자금을 합친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24억2000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22억9000만달러)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순유출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 전체로 따지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56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년(387억1000만달러) 대비 7분의1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 국채(외국환평형기금채 5년물 기준)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월평균 53bp(1bp=0.01%포인트)로 집계됐다. 전달(57bp)보다 4포인트 떨어졌다. CDS 프리미엄이 오를수록 해당 국가의 부도 위기도 커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