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비밀 풀리나…길병원, 1만배 선명한 MRI 개발
길병원이 고성능 뇌 자기공명영상(MRI) 기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장비보다 해상도가 1만 배 높은 기기를 활용해 오는 3월 동물 촬영에 들어간다. 성공한다면 세계 첫 번째 사례가 된다.

가천대 길병원은 최근 초고해상도 뇌 촬영 장비인 11.74테슬라(T) MRI 통합 시스템(사진)을 설치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제품 최적화 단계 등을 거쳐 3월께 쥐 등 설치류와 영장류를 촬영할 계획이다.

MRI는 방사선을 활용하는 엑스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와 달리 마그넷의 자기장을 활용한다. 국내 의료기관에서 주로 사용하는 뇌 MRI 촬영 장비는 3T다. 11.74T 장비는 이보다 1만 배 정도 상세하게 뇌를 관찰할 수 있다. 일부 기관에서 연구용으로 도입한 7T 장비에 비해 영상이 100배가량 정밀하다.

병원 관계자는 “뇌 혈관 등을 더 정교하게 볼 수 있어 치매 연구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프랑스 국립연구소 ‘뉴로스핀’ 등도 11.7T 마그넷을 활용해 MRI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동물 촬영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개발엔 병원 예산 180억원과 보건복지부 연구비 180억원 등 총 360억원이 투입됐다. 길병원은 여러 방향에서 병변을 확인하는 다채널 기술과 수소 원자 외에 나트륨 칼륨 등 여러 핵 공명을 활용하는 다핵종 기술도 기기에 반영했다. MRI에 두 기술을 모두 활용한 것도 세계 최초다.

김우경 길병원장은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한국이 세계 의과학사를 새로 쓰는 커다란 성과가 될 것”이라며 “인류가 풀지 못한 뇌의 비밀을 푸는 데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