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 관계로 풀어낸 연상호 표 SF…넷플릭스 영화 '정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故 강수연 유작…쇼트커트에 결연한 눈빛으로 존재감
급격한 기후변화로 지구를 떠난 인류. '쉘터'에 자리를 잡지만 일부 세력의 자치 선언으로 발발한 내전은 40여 년간 이어진다.
전쟁이 있으면 영웅도 있는 법. 남다른 전투 능력과 리더십을 가진 윤정이(김현주 분)는 '최고의 용병'이라는 타이틀을 얻는다.
하지만 한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식물인간이 된다.
군수 인공지능(AI) 개발회사 크로노이드는 정이의 뇌를 복제해 '최고의 전투 AI' 상품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책임자는 정이의 하나뿐인 딸 윤서현(강수연). 연구를 성공시켜 어머니를 영원한 영웅으로 만들고자 한다.
20일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사이버 펑크 장르 작품이다.
연상호 감독은 영화 '부산행'(2016) 속 좀비, 드라마 '지옥'(2021) 속 지옥의 사자에 이어 AI 로봇으로 또 다른 디스토피아를 펼쳐 보인다.
거대한 하나의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세트, 최첨단 기술로 만든 듯한 미래도시,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모녀 관계가 있다.
정이는 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용병으로 나서다 식물인간이 됐고 이를 알고 있는 서현은 늘 엄마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
작품은 엄마를 꼭 닮은 로봇이 전투 시뮬레이션을 할 때마다 다쳐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봐야만 하는 딸의 심경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인간 시절 마지막 전투에서 기억이 멈춘 엄마는 자신이 AI 로봇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여전히 수술대에 오른 어린 딸을 걱정하며 전투를 반복한다.
모녀가 서로에게 느끼는 애틋함은 2130년 미래세계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 보편성을 더한다.
'정이'는 지난해 5월 작고한 강수연의 유작이기도 하다.
그는 쇼트커트에 결연한 눈빛으로 단편 '주리'(2013) 이후 10년의 공백기를 단숨에 메워낸다.
로봇의 얼굴을 한 정이를 향해 내뱉는 "자유롭게 살아요"라는 대사는 고인을 기억하는 이들이 그에게 전하고 싶어하는 메시지이기라도 한 것처럼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김현주와 류경수의 연기 변신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현주는 막강한 전투력의 로봇에 맞서 화려한 액션을 보여준다.
인간 정이와 AI 정이를 모두 연기한 김현주는 인간과 로봇의 미묘한 차이를 섬세한 연기로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능청스러운 연구소장 상훈 역을 맡은 류경수는 썰렁한 농담을 시도 때도 없이 던지고,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인물로 분장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인간의 모습을 지나치게 닮은 일부 로봇의 모습은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과 비슷할수록 호감이 커지지만, 일정 수준을 넘으면 오히려 거부감을 느낀다는 '불쾌한 골짜기' 이론을 떠올리게 한다.
또 영화 초반 40여 분을 세계관 설명이나 인물의 과거 서사로 채운 점이나 결말이 엿보이는 스토리 전개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연상호 감독은 "AI라고 하는 존재에 대한 질문,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 SF 장르만이 가진 시각적 요소들과 액션을 결합한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넷플릭스를 통해 기획 의도를 전했다.
/연합뉴스
전쟁이 있으면 영웅도 있는 법. 남다른 전투 능력과 리더십을 가진 윤정이(김현주 분)는 '최고의 용병'이라는 타이틀을 얻는다.
하지만 한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식물인간이 된다.
군수 인공지능(AI) 개발회사 크로노이드는 정이의 뇌를 복제해 '최고의 전투 AI' 상품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책임자는 정이의 하나뿐인 딸 윤서현(강수연). 연구를 성공시켜 어머니를 영원한 영웅으로 만들고자 한다.
20일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사이버 펑크 장르 작품이다.
연상호 감독은 영화 '부산행'(2016) 속 좀비, 드라마 '지옥'(2021) 속 지옥의 사자에 이어 AI 로봇으로 또 다른 디스토피아를 펼쳐 보인다.
거대한 하나의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세트, 최첨단 기술로 만든 듯한 미래도시,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모녀 관계가 있다.
정이는 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용병으로 나서다 식물인간이 됐고 이를 알고 있는 서현은 늘 엄마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
작품은 엄마를 꼭 닮은 로봇이 전투 시뮬레이션을 할 때마다 다쳐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봐야만 하는 딸의 심경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인간 시절 마지막 전투에서 기억이 멈춘 엄마는 자신이 AI 로봇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여전히 수술대에 오른 어린 딸을 걱정하며 전투를 반복한다.
모녀가 서로에게 느끼는 애틋함은 2130년 미래세계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 보편성을 더한다.
'정이'는 지난해 5월 작고한 강수연의 유작이기도 하다.
그는 쇼트커트에 결연한 눈빛으로 단편 '주리'(2013) 이후 10년의 공백기를 단숨에 메워낸다.
로봇의 얼굴을 한 정이를 향해 내뱉는 "자유롭게 살아요"라는 대사는 고인을 기억하는 이들이 그에게 전하고 싶어하는 메시지이기라도 한 것처럼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김현주와 류경수의 연기 변신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현주는 막강한 전투력의 로봇에 맞서 화려한 액션을 보여준다.
인간 정이와 AI 정이를 모두 연기한 김현주는 인간과 로봇의 미묘한 차이를 섬세한 연기로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능청스러운 연구소장 상훈 역을 맡은 류경수는 썰렁한 농담을 시도 때도 없이 던지고,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인물로 분장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인간의 모습을 지나치게 닮은 일부 로봇의 모습은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과 비슷할수록 호감이 커지지만, 일정 수준을 넘으면 오히려 거부감을 느낀다는 '불쾌한 골짜기' 이론을 떠올리게 한다.
또 영화 초반 40여 분을 세계관 설명이나 인물의 과거 서사로 채운 점이나 결말이 엿보이는 스토리 전개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연상호 감독은 "AI라고 하는 존재에 대한 질문,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 SF 장르만이 가진 시각적 요소들과 액션을 결합한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넷플릭스를 통해 기획 의도를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