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실력만 보고 인재 뽑은 나폴레옹…능력주의가 강대국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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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의 두 얼굴
에이드리언 울드리지 지음
이정민 옮김 / 상상스퀘어
640쪽|2만7800원
영국 언론인이 쓴 '능력주의의 역사'
개인 능력·업적따라 보상 받는 사상
타락한 서구 사회의 대안으로 제시
프랑스 혁명 이후 본격적으로 부상
마이클 샌델 "엘리트 교육이 이제는
특권 대물림하는 수단 변질" 비판에
"수능 없애고 추첨제로 인재 뽑는 것이
능력주의보다 과연 더 공정한가" 반박
에이드리언 울드리지 지음
이정민 옮김 / 상상스퀘어
640쪽|2만7800원
영국 언론인이 쓴 '능력주의의 역사'
개인 능력·업적따라 보상 받는 사상
타락한 서구 사회의 대안으로 제시
프랑스 혁명 이후 본격적으로 부상
마이클 샌델 "엘리트 교육이 이제는
특권 대물림하는 수단 변질" 비판에
"수능 없애고 추첨제로 인재 뽑는 것이
능력주의보다 과연 더 공정한가" 반박
![Getty Images Bank](https://img.hankyung.com/photo/202301/AA.32364677.1.jpg)
<능력주의의 두 얼굴>이 전하는 메시지다. 능력주의는 태어날 때의 사회적 지위가 평생 따라다녔던 구(舊)세계를 날려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저자 에이드리언 울드리지는 영국 언론인이다. 옥스퍼드대를 나와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 20여 년간 일했고, 2021년 미국 블룸버그로 자리를 옮겼다.
![[책마을] 실력만 보고 인재 뽑은 나폴레옹…능력주의가 강대국을 만들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1/AA.32364026.1.jpg)
그는 역사를 돌아보자고 한다. 책은 능력주의가 어떻게 발달해왔는지 여러 역사적 사례를 살펴보는데, 간결하면서 빠른 보폭의 문장은 이 책의 미덕 중 하나다. 중국 명나라 역시 능력주의를 앞세운 나라였다. 이탈리아 출신인 마테오 리치가 학문적 소양을 인정받아 황실 고문으로 위촉됐고, 밑바닥 출신도 시험만 통과하면 고위 관료가 될 수 있었다. 송나라 때 체계를 갖춘 이 시험 선발 제도는 외국인들 눈에도 혁신으로 여겨졌다. 리치를 비롯한 수많은 유럽 학자가 중국의 시험 제도를 타락한 서구 사회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강대국으로 떠오른 모든 나라는 능력주의를 앞세웠다. 나폴레옹은 계급과 상관없이 참모를 고용했고, 누구든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대학 입학 자격시험을 부활시켰다. 능력 있는 사람에게 최고의 교육을 제공하는 그랑제콜을 설립한 이도 나폴레옹이었다. 1800년대 초 나폴레옹에게 굴욕을 당한 독일도 능력주의를 받아들이고 난 뒤에야 프랑스를 능가하는 국력을 얻을 수 있었다. 영국 산업혁명의 선구자들부터 20세기 싱가포르의 부상까지 능력주의의 효용을 보여주는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다만 아무리 좋은 제도와 사상도 시간이 흐르면 변질되기 마련이다. 능력주의도 그런 단계를 거치고 있다고 책은 지적한다. 엘리트 부모들은 자신의 유전자, 돈, 인맥을 총동원해 자녀에게 최고의 교육을 한다. 미국 명문대들이 부유층 자제들에게 입학 특혜를 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정치권에선 연줄로 자기 사람을 앉히는 정실 인사가 늘고 있다.
물론 플라톤처럼 아이를 부모와 떼어놓을 순 없는 노릇이다. 제도적으로 능력주의의 결함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몇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다만 단단히 여물지 않았다. 이 책이 결론에 가서 힘을 잃는다는 평을 받는 이유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왜 능력주의가 필요한지, 설득력 있는 얘기를 들려준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