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세균에게 인간의 피부는 '사하라 사막'과 같다
1986년 독일 뮌헨에서 태어난 필리프 데트머는 15세 때 고등학교를 그만뒀다. 학교 수업이 너무 지루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년 후 한 선생님과의 우연한 만남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처음으로 공부가 재미있어졌다. 특히 역사와 생물학이 그의 관심을 끌었다. 2013년 대학 졸업 후 그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차리고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쿠르츠게작트-인 어 넛셸’이란 이 채널은 이제 구독자가 1900만 명을 넘는다. 누적 조회수는 20억 회에 이른다. 10분가량의 짧은 애니메이션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과학 지식을 쉽게 전달하는 까닭이다.

그 유튜브 영상 중 면역에 관한 내용을 책으로 옮긴 <면역>이 이번에 한국어로 나왔다. 알록달록한 그림과 친절한 설명이 돋보인다. 재미만 추구하지 않을까, 설명이 부실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다. 상세하고 깊이 있는 설명은 교과서 못지않다.

세균 입장에서 인간의 피부는 살아남기 힘든 사막이나 마찬가지라거나 가슴샘은 모든 T세포가 거쳐야 하는 킬러 양성 대학교라는 등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캐나다로 이민 간 의사로, 그동안 많은 의학 서적을 한국어로 옮긴 강병철 씨가 번역을 맡은 점도 신뢰를 높인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