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와 함께 짓는 미국 배터리 합작공장을 다음달 착공한다고 13일 발표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시장 위축 우려와 고금리 상황 속에서도 공장 건설이 계획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혼다와의 미국 합작법인 ‘L-H 배터리’(가칭)를 설립했다. 두 회사가 지난해 8월 미국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겠다고 업무협약(MOU)을 맺은 지 5개월 만이다. 총 44억달러가 투입되는 이 공장은 오하이오주 제퍼슨빌 인근에 들어선다. L-H 배터리는 신규 공장을 다음달 착공해 내년 말 완공, 2025년 말부터 배터리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다. 고성능 전기차를 연 50만 대 생산할 수 있는 파우치형 배터리를 북미 혼다 공장에 공급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7년까지 2조4011억원을 현금 출자해 합작법인 지분 51%를 취득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이혁재 LG에너지솔루션 북미지역총괄(부사장)이 초대 최고경영자(CEO)를 겸임하고, 릭 리글 혼다 오하이오 안나 엔진공장 리더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는다. 이 공장이 건설되면 2200개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10년 전 LG화학의 배터리 영업부문에서 배터리를 공급하고 싶다고 혼다를 찾아갔지만 제대로 설명할 기회도 없이 거절당한 적이 있다”며 “그러던 혼다가 작년에 먼저 찾아와 배터리를 달라고 ‘구애’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한국 배터리 업체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자국 자동차 밸류체인에 대한 신뢰가 높은 일본 완성차 업체가 한국 배터리 업체와 처음 손을 잡은 배경이다. 도요타 역시 LG에너지솔루션과 조만간 공급 계약을 맺을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 전기차 시장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2021년 64GWh에서 올해 143GWh, 2025년 453GWh로 연평균 63% 성장할 전망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