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수 록야 대표가 서울 수서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농산물 가격 예측 서비스 테란을 소개하고 있다. /강진규 기자
권민수 록야 대표가 서울 수서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농산물 가격 예측 서비스 테란을 소개하고 있다. /강진규 기자
“데이터는 농업에 필수적인 ‘흙’ 같은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가격을 예측해 출하 시기를 조절하고, 스마트팜에서 ‘재배 레시피(최적 재배 조건)’대로 생산하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농업법인 록야의 권민수 대표는 최근 서울 수서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권 대표는 “자유무역협정(FTA) 등 시장 개방으로 세계가 연결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업 분야 데이터 산업에서의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데이터가 한국의 농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록야는 원래 감자로 유명한 회사다. 2011년 권 대표가 친구 박영민 대표와 함께 창업했다. 감자 계약재배와 꼬마감자 개발 등이 주 사업 영역이었다. 이후 재배하는 품목을 60여 종으로 늘리고 유통까지 시작했다. 마켓컬리에서 파는 감자와 채소류 등이 록야의 손을 거친다.

록야를 키워가던 권 대표는 2017년 농업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는 팜에어를 창업했다. 농산물 유통 분야에서 가격 불안정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권 대표는 “가격 예측 시스템을 만들어 록야의 사업을 정밀화하는 게 초기 목표였다”고 말했다.

약 4년간 데이터를 축적한 뒤 팜에어는 포털 사이트 ‘테란’을 출시했다. 농산물 가격 변동을 다양한 각도로 분석할 수 있는 사이트다. 권 대표는 내부적으로만 이용하려던 계획을 바꿔 기업과 농민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유료로 데이터를 개방했는데도 약 1500명이 가입했다. 권 대표는 “농산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고 AI(인공지능)를 통해 작물의 재배 기간을 기준으로 단기, 중기 가격을 예측한다”며 “최근 한우값 하락을 5개월 전에 예측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팜에어의 가격 예측력이 높은 이유로 ‘농업회사 록야를 함께 운영하는 점’을 꼽았다. “경쟁자들도 같은 데이터를 보지만 팜에어는 지난 12년간 쌓은 농업 현장의 노하우를 더해 예측치를 내놓는다”는 것이다.

팜에어를 통한 데이터 분석은 본업인 록야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록야는 농산물 유통을 넘어 스마트팜을 통한 소재산업에도 뛰어들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마트팜의 실내 환경 등 이른바 재배 레시피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 작업은 공동 창업자인 박 대표가 이끌고 있다. 권 대표는 “새싹 인삼을 스마트팜에서 재배해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인 ‘한방의 삼’을 내놨다”며 “제품이 성공하면 스마트팜 자체를 수출하거나 농민들에게 보급할 계획”이라고 했다.

권 대표는 “록야는 디지털 기반의 종합농산물 유통회사로 성장하고 있다”며 “작년 361억원인 매출이 올해 8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제작 지원=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