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클럽'에 판·검사 접대 의혹…박영수·권순일은 수사선상
김만배는 '허풍' 주장…檢, 본류 수사 뒤 각종 로비 의혹 조준 전망
'김만배 리스트' 무성…검찰 "드러난 의혹 전반 규명"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들의 대화가 담긴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 전문이 공개되면서 이른바 '김만배 리스트'에 관심이 모인다.

법조계를 상대로 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로비·청탁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위례·대장동 사업 비리의 본류 수사를 마친 뒤 이른바 '50억 약속 클럽' 등 제기된 의혹들의 실체를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영학 녹취록에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거론된 인물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권순일 전 대법관, 홍선근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회장 등 6명이다.

홍 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법조계 인사다.

이들 중 곽 전 의원만 지난해 2월 수뢰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전 특검과 권 전 대법관은 2021년 말∼지난해 초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두 달 뒤인 2020년 11월부터 화천대유 고문 자격으로 월급 1천500만원을 받았다.

2021년 9월께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자 고문 자리를 내놓고 보수로 받은 돈을 전액 기부했다.

그는 퇴임 두 달 전인 2020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당시 경기도지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할 때 캐스팅보트였고, 무죄 취지 의견 편에 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 때문에 권 전 대법관이 이 대표 소송을 돕고 그 대가로 화천대유에 취직한 것 아니냐는 '재판거래' 의혹이 제기됐다.

김씨는 '성남 1공단 공원화 무효 소송'의 최종심에도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다.

신흥프로퍼티파트너스란 시행사는 1공단 부지에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려다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 대표가 1공단을 전면 공원화하기로 계획을 틀자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2심은 성남시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판결했으나 대법원은 2016년 2월 성남시 처분에 문제가 없다고 판결을 뒤집었다.

남욱씨는 2021년 대장동 1차 수사 때와 최근 재조사 과정에서 "김씨로부터 '권 전 대법관에게 청탁해 이 판결들을 뒤집었고, 그 대가로 50억원을 줘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다만 권 전 대법관은 이 사건을 맡은 1부가 아닌 3부 소속이었다.

김씨가 자신의 법조계 영향력을 과시할 목적으로 남씨 등에게 없는 말을 지어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김만배 리스트' 무성…검찰 "드러난 의혹 전반 규명"
박 전 특검은 2015년 화천대유 설립 당시부터 고문 변호사로 일하며 연 2억원의 고문료를 받다가 2016년 말 국정농단 수사 특검으로 임명되면서 고문직을 그만뒀다.

그의 딸은 화천대유 직원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6월 화천대유가 분양한 아파트 잔여분 1채를 시세의 절반 가격으로 분양받았다.

근무 기간 5차례에 걸쳐 11억원 가량을 회사에서 대출금 명목으로 받기도 했다.

박 전 특검 측에 제공된 금품의 대가성은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수원지검장으로 재직하던 2012년 최윤길 전 성남시의장 사건 관련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남씨는 최근 재판에서 '2012년 당시 수원지검장이던 김 전 총장에게 대장동 사업을 함께 하는 최윤길 전 의장의 뇌물수수 사건을 잘 봐달라고 얘기했다'고 김씨에게 들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최 전 의장은 그해 말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무혐의 처분됐다.

최 전 의장은 대장동 사업에 필수적이었던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키는데 앞장선 인물이다.

'김만배 리스트' 무성…검찰 "드러난 의혹 전반 규명"
정영학 녹취록에는 이들 외에도 전·현직 법조계 인사가 더 거론된다.

주로 수원이나 성남 지역에 근무했던 법조인이다.

남씨 역시 검찰 조사에서 '김씨에게 들었다'는 걸 전제로 김씨가 대장동 관련자나 이 대표 관련 수사를 무마하려고 검찰 고위 인사에게 청탁했고, 판·검사와 수없이 골프치면서 100만원씩 줬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김씨가 말했다는 로비나 청탁이 실제 이뤄졌다는 구체적 증거는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그 자신도 법조계 고위 인사들에게 돈을 건네거나 청탁하지 않았으며 녹취록에 나온 발언은 공통비용을 부풀리기 위한 과장 또는 허풍이었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대장동 의혹의 '본류'에 해당하는 배임과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 혐의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50억 클럽' 등 법조계와 언론계를 상대로 한 로비 의혹 수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는 대장동 사건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며 "향후 사안의 성격, 수사의 효율성을 고려해 계획을 수립한 뒤 드러난 의혹 전반을 차질없이 진상규명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