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무인운반차(AGV)가 부품을 나르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 공장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고 로봇을 활용해 공정을 자동화한 지능형 자율공장이다.  LG전자 제공
LG전자의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무인운반차(AGV)가 부품을 나르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 공장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고 로봇을 활용해 공정을 자동화한 지능형 자율공장이다. LG전자 제공
지난 10일 미국 테네시주의 주도(州都) 내슈빌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쯤 달리자 ‘라이프스 굿 웨이(Life’s Good Way)’라고 쓰인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클락스빌에 자리한 LG전자 테네시 공장을 위해 주 정부가 붙인 도로 이름이다. 이 공장의 주소는 ‘클락스빌, 라이프스 굿 웨이 101’이다.

2018년 말 준공한 테네시 공장은 LG전자가 미국에서 처음 구축한 생활가전 생산기지다. 공장 연면적은 9만4000㎡, 누적 투자액은 3억9000만달러에 이른다. 폭 100m, 길이 500m 규모의 공장 안에는 드럼세탁기와 통돌이세탁기, 건조기를 생산하는 3개 라인이 가동 중이다. 연간 생산 능력은 세탁기 120만 대, 건조기 60만 대다.

공장에 들어섰지만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부품을 실은 커다란 카트가 스스로 움직이고 있었다. LG전자는 생산기술원이 만든 무인운반차(AGV) 166대를 테네시 공장에서 가동 중이다. 단순히 짐을 운반하는 게 아니라 자재 공급 시스템과 연동돼 필요한 부품을 알아서 가져다준다.

AGV는 공장 바닥에 붙어 있는 3만여 개의 QR코드를 따라 움직인다. 공장 안내를 맡은 김성일 LG전자 책임은 “최대 600㎏의 적재함을 최단 경로로 자동 운반한다”며 “사람이 하루에 6000번 이상 했던 일을 대신해 효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1, 2층 간 부품을 옮기는 공중 컨베이어도 갖춰 입체적인 물류 자동화를 이뤘다.

통합 생산라인에서 세탁·건조통과 다이렉트 드라이브 서브 모터(DD 모터) 등 무거운 부품 조립이나 용접 등 위험한 작업은 모두 로봇이 수행한다. 생산 단계별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도 인공지능(AI)으로 자동화했다. 와이어링 하네스(전선 뭉치) 조립이나 나사 결합 등 기계로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일부 라인에서만 사람이 작업했다.

테네시 공장은 금속 프레스 가공부터 플라스틱 사출 성형, 도색 등 부품 제조를 협력업체에 맡기지 않고 직접 하는 ‘자기 완결형 생산 체계’를 갖췄다. 손창우 테네시법인장(상무)은 “테네시는 인건비가 비싸고 협력사 인프라도 좋지 않다”며 “금액을 기준으로 부품의 80% 정도는 자체 생산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물류비, 관세, 배송 시간 등을 줄여 수요 변화에 대응할 목적으로 공장을 지었다. 생산설비도 창원 LG 스마트파크와 비슷한 수준의 첨단 제조 기술을 접목한 지능형 자율공장으로 구축했다. 자동화율만 놓고 보면 60% 수준으로 창원 공장(45%)을 뛰어넘는다.

이 공장은 지난 13일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등대 공장’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등대 공장은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이끄는 공장으로 WEF가 매년 두 차례 선정하고 있다. 테네시공장은 미국 내 생활가전공장 중 처음이자 국내 기업이 해외에 세운 공장 중 첫 등대공장이다.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안에 워시타워 생산 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 앞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공장을 추가로 짓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LG전자가 확보한 공장 부지는 125만㎡에 이른다. 하지만 10% 정도만 공장으로 쓰고 있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미국 시장이 크다 보니 냉장고 같은 다른 제품의 생산도 고민하고 있다”며 “고도화된 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북미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클락스빌(미국)=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