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반도체 세정장비의 핵심기술을 해외로 빼돌린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반도체 세정장비는 웨이퍼 위에 패턴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장비로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수원지방검찰청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박진성)는 지난 13일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세메스의 반도체 세정장비 기술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세메스 전 직원 A씨와 B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수사팀은 앞서 지난해 11월엔 이번 기술 유출에 가담한 세메스의 협력사 대표 C씨와 직원 D씨, 기술 유출 브로커 E씨를 재판에 넘겼다.

A씨는 2016년 세메스를 퇴사하고 2019년 직접 회사를 차려 경영해왔다. 그러다 2021년부터 세메스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B씨와 손을 잡고 전 직장의 기술을 빼내기 시작했다. 검찰에 따르면 B씨는 그 해 3~4월 세메스에서 A씨 회사로 이직하면서 삼성전자의 메모리 및 파운드리 반도체 제작공정에서 세메스의 세정장비가 쓰이는 공정별 기술 정보와 로봇 설정값 등을 모조리 정리해 몰래 가져왔다. 두 사람은 같은 해 5~7월엔 세메스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한 매엽식 인산 세정장비 제작기술도 빼온 것으로 확인됐다. 매엽식 인산 세정장비는 인산 약액을 사용해 반도체 웨이퍼 1개씩을 세정하는 장비다.

이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세메스의 기술을 해외로도 빼돌렸다. A씨와 B씨는 2021년 6월 C씨로부터 세메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양산한 초임계 반도체 세정장비의 핵심 도면을 부정한 방법으로 획득한 뒤 이를 E씨를 통해 중국으로 유출했다. 이들 일당은 2019년부터 2022년 7월까지 반도체 세정장비 20대를 수출해 1193억원의 이득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수출한 장비 중 상당수가 세메스 기술을 적용시켜 제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초임계 반도체 세정은 약액 등으로 반도체 웨이퍼를 세정한 후 액체와 기체를 구분할 수 없는 초임계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웨이퍼를 건조하는 기술이다.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돼있을 정도로 획기적인 첨단기술로 평가받는다. 세메스는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초임계 세정기술 연구 등에만 총 350억원을 투자했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세메스가 직접 손해를 본 금액만 최소 350억원 이상일 것”이라며 “기술 경쟁력 저하로 주요 거래처를 상대로 한 수주가 10%만 줄어도 연간 400억원 이상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