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증보험이 카카오뱅크 지분 투자로 인한 5000억원대 평가손실을 회계 장부에 반영하게 됐다. 전체 자기자본의 11%에 달하는 규모다. 금융회사의 건전성 잣대가 되는 자기자본이 카카오뱅크 주가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보증은 카카오뱅크 보유지분 3.2%(1523만9183주)로 작년 5288억원의 평가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뱅크 주가가 2021년 말 5만9000원에서 지난해 말 2만4300원으로 58.8% 하락한 결과다. 평가손실 규모는 지난해 3분기 말 서울보증 자기자본(4조7898억원)의 11%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까지 순이익(4161억원)을 넘어선다.

서울보증은 카카오뱅크의 초기 투자자다. 카카오뱅크가 기업공개(IPO)에 나서기 전인 2016년부터 투자했다. 총투자금액은 92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후 카카오뱅크 주가가 2021년 8월 상장 직후 9만2000원까지 오르며 한때 1조3000억원 가까운 평가차익을 거두기도 했다.

서울보증은 카카오뱅크 지분을 손익계산서상 기타포괄손익으로 들어가는 ‘매도가능금융자산(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금융자산)’으로 잡아놓고 있다.

기타포괄손익은 일종의 미실현 손익이다. 잠재적인 이익이나 손실이기 때문에 당기순이익으로 잡지 않는다. 이러한 주식 투자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순이익에 영향을 주지 않아 순이익률, 주당순이익(EPS) 등의 지표에 반영되지 않는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IPO를 준비하고 있는 와중에 자본이 줄어들게 된 상황이라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올해 여러모로 힘들어질 수 있어 준비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주식발행시장(ECM)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로 인한 손실을 어디로 잡을 것이냐는 실질과 무관하지만, 투자자들이 충분히 오인할 상황으로 보인다”고 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