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 로펌인 법무법인 LKB파트너스와 린이 합병을 추진한다. 합병이 성사되면 송무와 자문 양쪽을 아우르는 로펌으로 거듭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LKB와 린은 합병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양측 경영진은 약 6개월 전부터 여러 차례 만나 합병 구조와 시기 등을 논의해왔다. 이르면 다음달 공식적으로 업무협약(MOU)을 맺고 구체적인 합병 일정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로펌은 각자의 장점을 결합하면 더욱 강한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LKB파트너스는 판사 출신인 이광범 대표변호사가 2012년 세운 로펌이다. 세간에 화제가 된 대형 형사사건을 대거 수임해 ‘서초동의 김앤장’으로 불린다. 창사 후 꾸준한 전관 영입을 통해 전문성을 키워왔다. 린은 김앤장 출신인 임진석 대표변호사가 2017년 설립한 로펌으로 기업 자문과 금융 분야를 바탕으로 가파르게 성장해왔다. 특히 중견·중소기업들 사이에서 기술·미디어·통신(TMT) 산업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이 한 식구가 되면 송무와 자문에서 모두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합병은 국내 로펌업계에 대형화 바람이 불기 시작한 2000년대부터 종종 활용된 성장전략이다. 10대 로펌인 광장·세종·화우·지평·대륙아주 모두 합병을 통해 단숨에 몸집을 불렸다. 광장은 2001년 인수합병(M&A)과 국제중재 등에서 두각을 보이던 한미와 송무 분야 강자였던 광장과 합병해 현재 기틀을 다졌다. 2005년엔 제일국제특허법률사무소와도 합쳐 덩치를 더 키웠다. 화우도 2003년 송무에 강했던 화백과 기업 자문분야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던 우방이 합병해 탄생했다. 이 로펌은 3년 후인 2006년 김신유와도 합병해 당시 광장-태평양-세종이 벌이던 로펌업계 2위 싸움에 합류해 경쟁에 더욱 불을 붙였다. 세종은 2001년 열린합동법률사무소를 흡수합병했다.

지평과 대륙아주는 합병으로 중견로펌에서 대형로펌으로 올라선 대표적인 곳이다. 지평은 2008년 지성과 합병해 단숨에 국내 7위권 로펌으로 부상했다. 대륙아주 또한 2009년 대륙과 아주가 합쳐 로펌업계 10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중견로펌 중에선 한결이 내일(2007년) 한울(2011년) 한빛(2014년)과 연이어 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다. 클라스도 2019년 충정의 강남분사무소를 흡수합병해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로펌업계에선 LKB파트너스와 린이 실제로 합병을 성사시키기까지 꽤 많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 변호사들이 모두 만족할만한 경영진 구조와 업무체계, 임금, 승진 방식, 사내 복지 등을 도출하기가 만만치 않아서다. 이 같은 이유로 과거 대형 로펌 중에서도 합병 후 인력 이탈을 겪은 곳이 적지 않았다. 대륙아주의 경우엔 합병 후에도 대륙과 아주가 오랫동안 각자의 회계장부를 따로 관리하다가 지난해에야 회계관리 체계를 하나로 통합했다. 로펌업계 관계자는 “LKB와 린은 각각 송무와 자문에 강점을 갖고 있다”며 “생존경쟁이 치열한 로펌업계에서 대형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최진석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