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넷플릭스 '정이', 강수연의 'SF 유작'…시작은 창대했으나 뒷심은 미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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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연상호 감독의 SF물
엄마를 복제해 만든 용병 '정이'
딸이 관리하면서 고뇌에 빠져
강수연·김현주의 열연에도
진부한 스토리 전개는 아쉬워
엄마를 복제해 만든 용병 '정이'
딸이 관리하면서 고뇌에 빠져
강수연·김현주의 열연에도
진부한 스토리 전개는 아쉬워

‘정이’는 K콘텐츠 시대를 주도하는 연상호 감독과 ‘원조 월드스타’ 강수연의 유작으로 관심이 크다. 연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부산행’ ‘지옥’ 등으로 묘사했던 디스토피아 세계를 SF 장르로 펼쳐 보인다. 고(故) 강수연뿐만 아니라 김현주, 류경수도 출연해 열연을 펼친다.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이 흐른 2130년을 배경으로 한다. 인류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지구를 떠나 우주의 ‘쉘터’라는 공간에 자리 잡지만 오랜 시간 내전을 겪게 된다. 용병 윤정이(김현주 분)는 그중에서도 뛰어난 전투 능력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아픈 어린 딸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전쟁에 참여하다 결국 죽고 만다. 군수 인공지능(AI) 개발회사 크로노이드는 윤정이의 뇌를 복제해 전투용 AI 용병 ‘정이’를 개발한다. 윤정이가 그토록 살리고 싶었던 딸 서현(강수연 분)은 크로노이드 연구팀장이 되고, ‘AI 정이’를 개발·관리한다.

안타까운 것은 참신한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에 가선 급격히 힘이 빠진다는 점이다.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 놓고도 여느 작품들처럼 모성애 얘기로 흘러가면서다. 모성애를 드러내는 전개 방식도 다소 진부하다. 중심 캐릭터인 정이와 서현의 매력도 모녀 관계 사이에 집중돼 버린다. 캐릭터마다 더욱 다채롭고 차별화된 특성을 담았더라면 어땠을까.
아쉽기도 하지만 영화는 강수연의 마지막 연기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영화 ‘주리’(2013) 이후 10년 만의 복귀작이다. 강수연은 영화에서 AI 정이의 관리자이자 인간 정이의 딸로서의 고뇌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강수연의 마지막 대사는 자신을 사랑해준 많은 팬에게 건네는 작별 인사처럼 다가와 더욱 먹먹하게 느껴진다. “제 말 잘 들으세요. 자유롭게 살아요.”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