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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리더의 시각
강혁수 NH투자증권 랩운용부 차장


[마켓PRO] 코스피지수 상단 쉽게 뚫지 못할듯…방산 AI 로봇에 주목해야
작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조정세를 보이던 코스피지수가 연초 이후 뭔가 달라진 듯합니다. 미국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6.5%, 전월 대비 0.1% 하락하면서 기대치를 하회했습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도 예상치를 부합함에 따라 시장은 안도하는 모습입니다.

최근 증시 반등은 지난해 봄 전년동기 대비 5.6%까지 올랐던 미국의 임금 상승률이 같은 해 12월 4.6%까지 떨어진 영향입니다. 전망치를 하회하면서 인플레이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유입된 것입니다.

물가 피크아웃(정점 통과)은 공식처럼 미국 중앙은행(Fed)의 피봇(정책 전환)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향후 Fed의 통화정책 기조가 변화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국내 시장도 정부의 주식시장 제도개선 방안 발표, 부동산규제 완화, 투자세액공제 확대, 핵심 산업 육성안 발표 등 투자환경 안정과 개선을 위한 긍정적 이슈들이 많았습니다.


흔히 말하는 1월 효과는 새해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기대감들의 조합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눈치 빠르게 흐름을 읽고 분위기에 편승하는 자세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코스피지수는 지난 1년간 조정받았기에, 최근 반등은 시점상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반등의 연속성을 판단하는 관점이라면 냉정하게 짚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바로 '기업실적'입니다. 곧 실적 시즌이 시작됩니다. 기업들의 4분기 성적표가 집으로 배달되는 것입니다.

국내 시장만 놓고 보면 상장사 188개 기업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28.3% 감소한 31조5000억원입니다. 통상 국내 기업들의 4분기 실적이 빅배스 등의 이유로 부진한 경향이 있지만, 올해는 부진 폭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들의 실적 부진과 침체 우려가 시장에 선반영됐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이지는 않습니다.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이 11.6배로 낮아짐에 따라 기업들의 실적도 같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반등 때마다 밸류에이션 논란으로 지수 상단이 쉽게 뚫리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배경에는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반도체 섹터의 이익 턴어라운드 시기가 하반기 후반부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정부 정책 수혜주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려 하지만, 시가총액과 섹터 비중을 감안했을 때 지수 방향을 이끌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점들이 많아 보입니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방역 강화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 부각으로 모멘텀 강도가 제한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 Fed의 실질적인 통화정책 변화가 없다면 고물가, 고금리 장기화가 촉발하는 고통스러운 침체 현장을 좀 더 지켜봐야 할 지도 모릅니다. 최근 증시는 물가하락 모멘텀과 FOMC 불확실성이 엇갈리는 구간에서 반등하고 있으나 방향성 없는 지수는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따라서 지수 방향성 투자보단 해외 건설을 비롯해 방산, 인공지능(AI), 로봇 등 개별이슈와 정책테마 종목 중심의 트레이딩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입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