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유착한 개발 특혜…결재권자는 '성남시장 이재명'
천화동인 1호 숨은 지분, 측근 '뒷돈' 의혹도 수사선상
1년반 만에 '정점' 눈앞 대장동 수사…이재명 주요 의혹은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소환 통보하면서 위례·대장동 개발 사업 비리 수사가 '정점'을 눈앞에 뒀다.

2021년 9월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선 지 거의 1년 반 만이다.

이 대표는 그가 성남시장이었을 때 벌어진 대장동 의혹이 처음 터졌을 때부터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됐지만 대선 국면과 맞물리면서 수사가 진척되지 못했다.

지난해 정권교체 뒤 검찰은 수사팀을 전면 교체해 대대적인 재수사에 나서 이 대표의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차례로 구속기소하면서 이 대표에게 성큼 다가섰다.

검찰은 이들이 이 대표의 권력을 등에 업고 민간업자들과 유착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 과정에 이 대표가 개입 또는 최소한 묵인했다고 보고 제기된 각종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다.

◇ 대장동·위례 개발 둘러싼 민관 유착…李 '최종 결재권자'
이 대표에게 제기된 의혹의 본류는 위례 신도시와 대장동 개발 사업 전반을 관통하는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다.

검찰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성남시,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측과 사업 추진 단계부터 유착했고 내부 비밀을 이용해 불법적인 이득을 취했다고 본다.

민간업자들은 '같은 편'인 정민용 변호사를 공사에 취업시켜 이른바 '7대 조항'이 공모 지침서에 반영되도록 하고 그에 맞춘 사업계획서를 제출,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들은 이후에도 개발 방식 변경이나 아파트 용적률 상향 등 각종 사업상 혜택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런 특혜에 힘입어 민간업자나 사업에 참여한 제3자가 총 7천886억원 상당의 범죄 수익을 취득했다고 보고,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한 '대장동팀'을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유 전 본부장 등은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에서도 내부 비밀을 이용한 특혜를 주고받은 혐의(부패방지법 위반)로도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두 사업은 모두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임 기간에 추진·시행됐다.

이 대표는 '최종 결재권자'로서 사업 계획서와 공모 지침서, 이에 수반되는 각종 인허가를 결재했다.

사업 관련 중요 사항을 이 대표가 직접 보고받아 알고 있었다는 진술도 여러 차례 나왔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 조사에서 민간에 이익을 몰아주는 방식의 대장동 개발 수익배분 구조를 당시 정책비서관이던 정 전 실장을 통해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민간 사업자 남욱씨는 재판에서 이 대표가 핵심 공약이던 제1공단 공원화 사업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파트 용적률 상향, 서판교 터널 개통 등을 일괄로 결정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사업을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공익 환수사업'이라고 주장하며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당초 대장동 사업을 공공개발 방식으로 추진했다가 성남시의회 내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의 반대로 무산됐고, 이후 민·관 합동 개발 방식으로 바꿔 개발이익을 일부나마 환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이 공사 직원으로서 민간업자들과 유착한 부분에는 "제가 지휘하는 직원 일부가 오염돼서 부패에 관여한 것"이라고 반박했고, 민간업자들에 대해선 "토건세력 배제가 방침이었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1년반 만에 '정점' 눈앞 대장동 수사…이재명 주요 의혹은
◇ 천화동인 1호 숨은 지분있나…불법 자금 '종착지'도 규명 대상
대장동 사업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의 관계사인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로 거론된 '그분'이 이 대표인지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유 전 본부장과 민간업자들은 대장동 사업 지분 구조를 짤 때부터 '이 대표 측'을 위해 천화동인 1호에 숨은 몫을 떼어 놨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했다.

공사 설립과 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에서 각종 편의를 받는 대가로 배당 수익중 428억원을 나눠주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 측'에 포함된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이 이 숨은 지분을 뇌물로 받기로 약속한 혐의로 기소된 만큼 '몸통' 격인 이 대표에 대한 직접 수사도 불가피해졌다.

이들 측근이 선거 자금 등 명목으로 대장동 일당에게 받은 '뒷돈'이 이 대표에게 흘러갔는지도 규명 대상이다.

검찰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사업 인허가와 각종 민원을 청탁하면서 여러 차례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이 대표 측근들에게 건넨 것으로 의심한다.

남씨는 이렇게 흘러간 돈이 최소 20억원이라고 주장한다.

이 대표는 천화동인 1호의 숨겨진 지분 주인은 유 전 본부장이며, 자신이나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의 지분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측근들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것을 두고는 "정치 검찰이 정해놓은 수순에 따라 낸 결론"이라며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지고 무고함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1년반 만에 '정점' 눈앞 대장동 수사…이재명 주요 의혹은
◇ 공사 설립 내막, '황무성 사퇴 강요'도 수사선상
공사 설립과 운영에 이 대표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검찰은 최근 전직 성남시의회 의원 등을 소환 조사하면서 공사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이 대표 측에게 부탁받은 사실이 있는지 집중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시의회 의장이던 최윤길씨는 조례안 상정·통과를 주도한 대가로 김만배씨 등에게 40억원 가량을 받기로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황무성 전 공사 사장의 사임 과정에 이 대표 측의 압력이 있었는지도 다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사장은 2013년 9월 공사의 전신인 성남시설관리공단 사장으로 부임한 뒤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2015년 3월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대장동 의혹 수사가 본격화하자 언론을 통해 고(故) 유한기 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의 대화가 담긴 2015년 2월 6일자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유 전 본부장이 '시장님'과 '정 실장' 등 윗선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황 전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내용이 담겼다.

1차 수사팀은 지난해 2월 이 대표 조사 없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지만 새로 꾸려진 수사팀은 지난해 9월 황 전 사장을 다시 소환하며 재수사 의지를 보였다.

이 대표 측은 그러나 앞서 대선 과정에서 황 전 사장이 재임 중 사기 혐의로 기소된 점을 지적하며 향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그가 사퇴 종용 자작극을 벌인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