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기금으로 미분양 아파트 해결 가능할까 [김진수의 부동산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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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미분양 주택 매입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미분양 아파트가 누적되면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건 물론 주택공급 시스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다만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앞서 몇가지 생각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정부는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지난해 11월 5만7000여가구로 1년 새 4만가구 가까이 늘어나는 등 가파르게 증가한 것을 위험 신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도 5만가구 이상의 미분양 물량은 정상적인 시장 흐름에서 벗어난 적신호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미분양 물량이 10만가구에 육박할 수 있다는 추정까지 나옵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미분양 물량은 이달 말 나올 예정입니다. 업계에서는 6만가구를 웃돌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오피스텔 미분양 물량까지 합치면 7만가구를 크게 웃돌 수 있습니다.
정부가 검토 중인 미분양 해소책은 주택도시기금으로 미계약된 물량을 매입하는 방안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28조원)의 20%가량인 7조3000억원 정도를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쓸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복안인 것 같습니다. 지방 아파트 한 채의 분양가를 3억5000만원으로 잡았을 경우 2만여가구를 살 수 있는 금액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주택도시기금을 투입해 미분양된 주택을 사들인 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일단 주택도시기금 투입에 앞서 LH 매입임대 사업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LH는 매년 매입임대주택에 활용하기 위해 3만가구 정도를 사들입니다. 매입임대주택 재원을 준공 후 미분양이나 준공을 앞둔 아파트 매입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도심에 새 아파트를 확보하는 건 분명 장점입니다. 다만 주로 소형 평형대를 매입한다는 게 제약입니다.
여기서 '준공 후 미분양' 매입에 대한 논란이 일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준공 후 미분양을 '문제 사업장' 혹은 '악성 단지'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요자가 적거나 공급이 많았던 지역에 분양했을 수 있습니다. 단지 규모가 적다든지,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서 소비자가 외면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단지를 살 경우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 수 있습니다. LH가 자체적으로 미분양 주택 매입 기준을 명확하게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 지역별로 필요한 매입임대주택 규모, 전용면적별 수요, LH 임대아파트를 고려한 적정 매입가 등이 뒤따라야 합니다. 어쨌든 업계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좋은 입지에서 단기에 임대아파트를 확보하는 건 비용과 시간 차원에서 장점이 많다"라는 게 중론입니다.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서 살 때도 지역별 임대주택 수요 등에 대한 검토가 면밀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국토부와 주택도시기금을 운용하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 임대아파트를 운영하는 LH가 긴밀하게 협의해야 합니다.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기 전 시행사나 시공사에 할인 분양 등 자구노력을 요청할 가능성이 큽니다. 자구노력 없이 주택도시기금을 투입할 경우 모럴해저드와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미분양 사업지에서도 논란이 생길 소지가 있습니다. 정부가 아파트 단지를 통째로 매입하지 않는 한 기존 분양자의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작지 않습니다. 공공임대 아파트로 낙인찍힐 수 있어서입니다.
민간 투자 수단인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활용하는 것도 미분양 해결책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리츠는 국토부가 인가하는 부동산 간접투자 회사입니다. 일반인 등의 투자자금을 모아서 미분양 아파트를 산 뒤 운영하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되팔아 매각 차익을 얻는 구조입니다. 불특정 다수가 투자하기 때문에 특혜 논란에서 벗어납니다. 부동산 간접투자를 확산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리츠가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전 정부에서 다주택자 규제 때 묶인 법인 제재가 폐지돼야 합니다. 최근 다주택자 규제 완화로 법인도 일부 혜택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법인의 취득세는 6%로 여전히 높습니다. 또 5년 단기 임대는 없어지고 10년 장기 임대만 가능합니다. 1년 뒤 시장도 예측하기 힘든데 10년간 매각할 수 없는 규제는 과도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입니다. 리츠에만 5년 단기 임대 제도를 부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정부가 미분양 해소를 위해 공공(주택도시기금)과 민간(리츠) 카드를 마련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런 여건 아래 민간 건설사가 미분양 사업지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도록 하면 됩니다. 공공이나 민간 카드를 비교해 사업지에 도움이 되는 곳을 선택하면 됩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정부는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지난해 11월 5만7000여가구로 1년 새 4만가구 가까이 늘어나는 등 가파르게 증가한 것을 위험 신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도 5만가구 이상의 미분양 물량은 정상적인 시장 흐름에서 벗어난 적신호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미분양 물량이 10만가구에 육박할 수 있다는 추정까지 나옵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미분양 물량은 이달 말 나올 예정입니다. 업계에서는 6만가구를 웃돌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오피스텔 미분양 물량까지 합치면 7만가구를 크게 웃돌 수 있습니다.
정부가 검토 중인 미분양 해소책은 주택도시기금으로 미계약된 물량을 매입하는 방안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28조원)의 20%가량인 7조3000억원 정도를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쓸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복안인 것 같습니다. 지방 아파트 한 채의 분양가를 3억5000만원으로 잡았을 경우 2만여가구를 살 수 있는 금액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주택도시기금을 투입해 미분양된 주택을 사들인 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일단 주택도시기금 투입에 앞서 LH 매입임대 사업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LH는 매년 매입임대주택에 활용하기 위해 3만가구 정도를 사들입니다. 매입임대주택 재원을 준공 후 미분양이나 준공을 앞둔 아파트 매입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도심에 새 아파트를 확보하는 건 분명 장점입니다. 다만 주로 소형 평형대를 매입한다는 게 제약입니다.
여기서 '준공 후 미분양' 매입에 대한 논란이 일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준공 후 미분양을 '문제 사업장' 혹은 '악성 단지'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요자가 적거나 공급이 많았던 지역에 분양했을 수 있습니다. 단지 규모가 적다든지,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서 소비자가 외면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단지를 살 경우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 수 있습니다. LH가 자체적으로 미분양 주택 매입 기준을 명확하게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 지역별로 필요한 매입임대주택 규모, 전용면적별 수요, LH 임대아파트를 고려한 적정 매입가 등이 뒤따라야 합니다. 어쨌든 업계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좋은 입지에서 단기에 임대아파트를 확보하는 건 비용과 시간 차원에서 장점이 많다"라는 게 중론입니다.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서 살 때도 지역별 임대주택 수요 등에 대한 검토가 면밀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국토부와 주택도시기금을 운용하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 임대아파트를 운영하는 LH가 긴밀하게 협의해야 합니다.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기 전 시행사나 시공사에 할인 분양 등 자구노력을 요청할 가능성이 큽니다. 자구노력 없이 주택도시기금을 투입할 경우 모럴해저드와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미분양 사업지에서도 논란이 생길 소지가 있습니다. 정부가 아파트 단지를 통째로 매입하지 않는 한 기존 분양자의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작지 않습니다. 공공임대 아파트로 낙인찍힐 수 있어서입니다.
민간 투자 수단인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활용하는 것도 미분양 해결책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리츠는 국토부가 인가하는 부동산 간접투자 회사입니다. 일반인 등의 투자자금을 모아서 미분양 아파트를 산 뒤 운영하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되팔아 매각 차익을 얻는 구조입니다. 불특정 다수가 투자하기 때문에 특혜 논란에서 벗어납니다. 부동산 간접투자를 확산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리츠가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전 정부에서 다주택자 규제 때 묶인 법인 제재가 폐지돼야 합니다. 최근 다주택자 규제 완화로 법인도 일부 혜택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법인의 취득세는 6%로 여전히 높습니다. 또 5년 단기 임대는 없어지고 10년 장기 임대만 가능합니다. 1년 뒤 시장도 예측하기 힘든데 10년간 매각할 수 없는 규제는 과도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입니다. 리츠에만 5년 단기 임대 제도를 부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정부가 미분양 해소를 위해 공공(주택도시기금)과 민간(리츠) 카드를 마련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런 여건 아래 민간 건설사가 미분양 사업지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도록 하면 됩니다. 공공이나 민간 카드를 비교해 사업지에 도움이 되는 곳을 선택하면 됩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