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협약 해석 분쟁이 벌어지는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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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법률을 제외하면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기본적이고 최상위의 법원(法源)은 단체협약이다. 노동조합법은 단체협약을 위반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 부분은 무효로 하고 단체협약 중 일정사항을 위반하면 형사처벌을 함으로써 단체협약의 효력을 보장해준다.
단체협약은 노사간 단체교섭이라는 줄다리기 끝에 나온 결과물로, 압도적인 승부가 벌어졌다면 어느 한 쪽의 주장을 관철시키고 노사관계를 주도하는 '여의봉'이 될 수도 있으나, 현실에서는 노사 어느 쪽이든 100% 만족하는 단체협약은 없고, 단체협약 체결 이후에도 그 해석에 관한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노동조합법 제34조는 단체협약의 해석에 관하여 노사간 불일치가 있는 경우 노동위원회를 통한 해결 절차를 두고 있는 것처럼, 법에서 이미 단체협약의 해석에 이견과 분쟁이 있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상당한 협상과 토론 끝에 탄생한 단체협약을 놓고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노사간 동상이몽이다. 단체협약 역시 계약서와 같은 처분문서로서 문언의 본래 의미대로 해석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단어가 한 가지 뜻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하나하나의 의미가 추상적인 경우도 많으며, 문장으로 읽으면 더 애매한 경우도 많다. 특히 단체협약은 최초 교섭안으로부터 여러 차례 검토와 수정이 이루어지므로, 그 과정에서 노사 문구 수정을 통하여 각자의 입장을 반영하게 된다. 산별노조인 경우에는 본조와 지회의 입장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합의에 이르게 되는데, 각각의 조항들에 대하여 최대한 노사 상호간 동일한 이해 하에 합의를 하지만, 부득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교섭이 결렬되고 쟁의조정 절차도 막바지에 이르러(1~2시간 후 조정중지 결정) 쟁의행위 일보직전 시점에 소수의 쟁점조항만 남은 경우 합의를 위해 묘안을 찾게 되는데 이때 다소 추상적이거나 다의적인 문구가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원칙으로 한다”, “~노력한다”, “~ 등”과 같은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합의 막바지에 “원칙으로 한다는 것은 예외도 있다는 것이냐”, “노력하겠다는 것은 안할 수도 있다는 것이냐”와 같은 질문을 꺼내기는 어렵다. 노사 각자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합의를 하는 것이다.
만약 불가피하게 이렇게 만든 문구에 대한 해석상 이견이 있으면 분쟁을 피할 수 없고, 이때 원칙으로 돌아가 문언의 의미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합의 시 문구 하나하나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둘째, 단체협약 체결 이후 주변 상황이 바뀐다는 점이다. 미처 예측하지 못하였던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단체협약 당시 회사의 경영 상황, 생산량, 직원 수, 정부 정책 등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항상 바뀔 수 있다. 이렇게 변화된 상황에서 과거에 단체협약에 새겨진 문구를 그대로 해석하면 노사 어느 한쪽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법이나 판례도 바뀐다. 단체협약을 체결할 때 법과 판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법과 판례가 바뀌어 버리면 애매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휴일이 일요일과 중복될 때 휴일이 하루 줄어드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A수당을 지급하기로 하였다가 설, 추석, 어린이날에 대하여 대체공휴일 제도가 도입되자, 설, 추석, 어린이날은 일요일과 중복되더라도 휴일이 줄어들지 않으니 A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다. 합의는 여기까지 했는데 이제 설, 추석, 어린이날 외에 광복절, 한글날과 같은 공휴일도 대체공휴일이 생겼다(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근로기준법상 휴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광복절, 한글날이 일요일과 중복되었을 때 A수당을 달라는 요구가 생긴다. 단체협약에 광복절과 한글날은 지급제외 대상에 열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주위에 얘기하면 “그게 말이 되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인데, 실제 있는 분쟁이다.
또 통상임금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그에 따라 여러 기업들이 노사간 합의로 임금 항목을 정리하면서 일부 항목은 재직자 요건을 설정하여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제 재직자 요건이 바뀔지도 모른다고 하고, 그렇게 되면 분쟁은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도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나, 노사관계 담당자로서는 정확히 예측은 못하더라도 향후 여러가지 변수가 있고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은 반드시 염두에 두고 단체교섭에 임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해석의 근거를 구하기 어렵다. 단체협약의 해석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면, 결국 각자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단체협약 규정 중에는 매우 오래 전에 도입된 규정의 경우 당시 교섭과정에 관한 녹취록이나 회의록을 찾기 어렵거나 그런 자료를 만들지 않는 경우도 있고, 당시 노사 담당자들도 회사에 남아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너무 오래된 일이라 잊어버리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어렵게 (간사)회의록을 구하더라도 실제 분쟁에서 크게 무게감이 있는 증거로 평가되지는 않는 느낌이다. 여기에 더하여 주장하는 내용과 다르게 진행된 사례가 1건이라도 발견되고, 그렇게 진행된 이유를 명쾌하게 밝히지 못하면 분쟁에서 이기는 것은 매우 어렵게 된다.
교섭 당시 현장에 있었던 노사관계 담당자는 그게 그런 뜻이 절대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는데, 분쟁에서 근거가 부족해 지는 것은 부득이한 일이다. 결국 회의록이든 무엇이든 근거를 잘 챙겨두고 관리할 수밖에 없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단체협약은 노사간 단체교섭이라는 줄다리기 끝에 나온 결과물로, 압도적인 승부가 벌어졌다면 어느 한 쪽의 주장을 관철시키고 노사관계를 주도하는 '여의봉'이 될 수도 있으나, 현실에서는 노사 어느 쪽이든 100% 만족하는 단체협약은 없고, 단체협약 체결 이후에도 그 해석에 관한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노동조합법 제34조는 단체협약의 해석에 관하여 노사간 불일치가 있는 경우 노동위원회를 통한 해결 절차를 두고 있는 것처럼, 법에서 이미 단체협약의 해석에 이견과 분쟁이 있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상당한 협상과 토론 끝에 탄생한 단체협약을 놓고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노사간 동상이몽이다. 단체협약 역시 계약서와 같은 처분문서로서 문언의 본래 의미대로 해석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단어가 한 가지 뜻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하나하나의 의미가 추상적인 경우도 많으며, 문장으로 읽으면 더 애매한 경우도 많다. 특히 단체협약은 최초 교섭안으로부터 여러 차례 검토와 수정이 이루어지므로, 그 과정에서 노사 문구 수정을 통하여 각자의 입장을 반영하게 된다. 산별노조인 경우에는 본조와 지회의 입장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합의에 이르게 되는데, 각각의 조항들에 대하여 최대한 노사 상호간 동일한 이해 하에 합의를 하지만, 부득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교섭이 결렬되고 쟁의조정 절차도 막바지에 이르러(1~2시간 후 조정중지 결정) 쟁의행위 일보직전 시점에 소수의 쟁점조항만 남은 경우 합의를 위해 묘안을 찾게 되는데 이때 다소 추상적이거나 다의적인 문구가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원칙으로 한다”, “~노력한다”, “~ 등”과 같은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합의 막바지에 “원칙으로 한다는 것은 예외도 있다는 것이냐”, “노력하겠다는 것은 안할 수도 있다는 것이냐”와 같은 질문을 꺼내기는 어렵다. 노사 각자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합의를 하는 것이다.
만약 불가피하게 이렇게 만든 문구에 대한 해석상 이견이 있으면 분쟁을 피할 수 없고, 이때 원칙으로 돌아가 문언의 의미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합의 시 문구 하나하나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둘째, 단체협약 체결 이후 주변 상황이 바뀐다는 점이다. 미처 예측하지 못하였던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단체협약 당시 회사의 경영 상황, 생산량, 직원 수, 정부 정책 등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항상 바뀔 수 있다. 이렇게 변화된 상황에서 과거에 단체협약에 새겨진 문구를 그대로 해석하면 노사 어느 한쪽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법이나 판례도 바뀐다. 단체협약을 체결할 때 법과 판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법과 판례가 바뀌어 버리면 애매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휴일이 일요일과 중복될 때 휴일이 하루 줄어드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A수당을 지급하기로 하였다가 설, 추석, 어린이날에 대하여 대체공휴일 제도가 도입되자, 설, 추석, 어린이날은 일요일과 중복되더라도 휴일이 줄어들지 않으니 A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다. 합의는 여기까지 했는데 이제 설, 추석, 어린이날 외에 광복절, 한글날과 같은 공휴일도 대체공휴일이 생겼다(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근로기준법상 휴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광복절, 한글날이 일요일과 중복되었을 때 A수당을 달라는 요구가 생긴다. 단체협약에 광복절과 한글날은 지급제외 대상에 열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주위에 얘기하면 “그게 말이 되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인데, 실제 있는 분쟁이다.
또 통상임금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그에 따라 여러 기업들이 노사간 합의로 임금 항목을 정리하면서 일부 항목은 재직자 요건을 설정하여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제 재직자 요건이 바뀔지도 모른다고 하고, 그렇게 되면 분쟁은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도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나, 노사관계 담당자로서는 정확히 예측은 못하더라도 향후 여러가지 변수가 있고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은 반드시 염두에 두고 단체교섭에 임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해석의 근거를 구하기 어렵다. 단체협약의 해석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면, 결국 각자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단체협약 규정 중에는 매우 오래 전에 도입된 규정의 경우 당시 교섭과정에 관한 녹취록이나 회의록을 찾기 어렵거나 그런 자료를 만들지 않는 경우도 있고, 당시 노사 담당자들도 회사에 남아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너무 오래된 일이라 잊어버리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어렵게 (간사)회의록을 구하더라도 실제 분쟁에서 크게 무게감이 있는 증거로 평가되지는 않는 느낌이다. 여기에 더하여 주장하는 내용과 다르게 진행된 사례가 1건이라도 발견되고, 그렇게 진행된 이유를 명쾌하게 밝히지 못하면 분쟁에서 이기는 것은 매우 어렵게 된다.
교섭 당시 현장에 있었던 노사관계 담당자는 그게 그런 뜻이 절대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는데, 분쟁에서 근거가 부족해 지는 것은 부득이한 일이다. 결국 회의록이든 무엇이든 근거를 잘 챙겨두고 관리할 수밖에 없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