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브비와 일라이릴리가 영국의 약가 정책에 반발하며 자발적의약품가격책정협정(VPAS)에서 탈퇴했다. 바이엘은 제약 사업의 초점(focus)을 유럽 및 영국에서 미국 및 중국으로 옮길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16일(현지시간) 영국제약산업협회(ABPI)는 애브비와 일라이릴리가 VPAS의 징벌적 수익 환수율이 지나치게 높아진 것에 항의하며 VPAS를 탈퇴했다고 밝혔다.

VPAS는 영국보건사회복지부(DHSC)와 영국제약산업협회가 맺은 자발적인 협약이다. VPAS에 가입한 제약사의 영국 공공보험(NHS) 청구 비용 증가율을 2%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는 비용의 일정 비율을 부담금 형식으로 환수한다. VPAS에 가입하는 기업들에게는 세금 혜택이 주어진다.

VPAS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초과 지출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으로 인해 NHS의 초과 지출이 늘어난 탓에 환수 금액이 급증했다. 이에 글로벌 제약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VPAS의 환수 비율은 NSH의 예상 지출에 따라 달라진다. 매년 3분기가 지난 후 그 해의 예상 지출을 기반으로 다음해의 환수 비율을 발표한다. 코로나19 기간 대유행의 영향으로 NSH의 지출이 증가하며 기업들이 부담해야할 환수금액은 점점 늘었다.

DHSC는 받지 못한 누적 환수금액을 포함해 2023년에 VPAS로 환수할 총 목표 금액이 33억파운드(약 5조원)라고 지난달 발표했다. 2021년 6억파운드와 지난해 18억파운드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를 고려해 올해 초과 금액에 대한 환수 비율은 26.5%로 정해졌다. 2021년 5.1%와 2022년 15%에 비해 급등했다.

영국제약산업협회는 성명을 통해 “기업들이 이사회 및 투자자에게 영국의 VPAS가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영국이 환수 비율을 낮추지 않는다면 바이오 관련 일자리와 투자 등을 미국과 아시아 등 지원이 많은 지역에 빼앗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2021년에 영국에서 시작된 임상시험의 수는 2017년 대비 41% 줄었다고 했다.

로라 스틸 일라이릴리 북유럽 사장은 “VPAS에 대한 영국 정부의 목표와 기업의 현실 사이에는 너무 큰 간극이 있다”며 “비용이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해 혁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VPAS에 계속 가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독일 바이엘도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 기간에 진행된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영국의 VPAS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스테판 오엘리치 바이엘 제약사업 책임자는 “영국의 의약품 부담금 확대 및 독일의 유사한 계획이 투자를 단념시키고 있다”며 ”유럽을 우선순위에서 밀어내고 이미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한 미국과 중국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