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대표팀과 5년간의 동행을 마친 박항서(64)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에 대해 '소신발언'을 내놨다.

박 감독은 17일 화상인터뷰에서 "축구협회 위윈회의 시각은 나와 다를 수 있다"면서도 "분명한 건 국내 지도자도 언어 문제만 아니면 역량이 있다. 다만 국내 지도자가 감독이 되면 협회에서 외국 감독이 부임할 때만큼 지원해주지 않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디어는 비난이나 조언을 할 수 있지만 협회가 일정 부분 감독이 소신을 유지하게끔 방패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협회가 제 역할을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국내 지도 역량이 있다는 걸 봐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축구협회가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에 마이클 뮐러(58) 현 기술발전위원장을 선임한데 대해서는 "이분께서 국내 지도자들의 역량을 얼마나 알까 싶다. 서류와 데이터를 본다고 (국내 지도자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가능할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 선임부터가 외국인 감독을 뽑기 위한 것일까 해서 의아하게 생각했다. 기술 부문 위원장이 외국 분이라는 점부터 예외적이라고 봤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전날 끝난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을 마지막으로 2017년부터 이어온 베트남 축구와의 '동행'을 마무리했다. 베트남은 이번 대회에서 태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준우승했다.

그는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고민 중"이라면서도 "국내에서 지도자, 행정가로 일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 감독은 "한국은 나보다 훌륭한 후배, 동료들이 많다. 특별히 내가 한국에서 현장에서 할 일은 없다"며 "5년간 한국을 떠나있어서 현장감도 떨어진다"고 했다.

행정가로 전직할 가능성도 일축했다. 박 감독은 "해외에서는 말이 통하지 않는데 내가 행정가를 하겠나. 김판곤 (말레시이아) 감독만큼 영어도 못 한다"며 "국내에서도 축구협회나 프로축구연맹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 나는 행정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