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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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의 단지 지하 통과를 반대해온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합동 조사를 벌여 52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공금을 사용해 GTX 통과 반대 집회를 진행한 사실을 확인한 국토부는 수사 의뢰와 함께 추가 조사를 예고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17일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와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점검 결과, 52건의 부적격 사례를 적발해 수사 의뢰 등 엄중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GTX-C 지하 통과 반대 집회를 주도해온 추진위가 주민 동의 없이 공금을 사용하는 등 관련 법령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점검 결과, 추진위와 입주자대표회의는 2021년 GTX 반대 집회를 진행하며 공금 9700만원을 지출했다. 공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입주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가구별 동의 결과를 증빙하는 자료가 없어 실제 입주민 동의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또 집회 참가자에게 지급한 참가비 역시 실제로 참가자가 집회 당일에 참석했는지 여부를 입증할 자료가 남아있지 않은 등 공동주택관리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국토부는 판단했다. 국토부는 “증빙서류를 보관하지 않은 2건에 대해서는 강남구청에서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했다.

추진위 운영 과정에서도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정비사업 관리업자 계약 과정에서 공고와 달리 계약 내용을 바꿔 도시정비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또 추진위 활동 과정에서 자금 입출금 내역 주민총회 의사록 등을 공개하지 않아 정보공개 의무를 위반한 점 역시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

국토부는 입주자 대표회의에 대해서도 외벽 공사 등을 진행하며 장기수선충당금이 아닌 수선유지비를 사용하는 등 회계 부적격 사례 13건을 적발해 과태료 부과와 시정 명령 하기로 했다.

앞서 은마아파트 추진위는 GTX-C노선이 단지 지하를 직접 통과해 노후 단지의 안전성이 위협받는다며 우회 노선안 마련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국토부는 원희룡 장관이 직접 나서 “우회안은 기술적으로 불가하다”고 강조했고, 오히려 반대 집회를 계속하는 추진위 등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확산시키며, 국가사업을 방해하고 선동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장관으로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토부는 이번 합동 조사에 대해 “도시정비법 개정을 신속히 추진할 계획으로, 은마아파트 추진위와 입주자 대표회의에 대해 운영과정을 모니터링하며 관리 소홀이 있으면 추가 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GTX-C 노선 지하 통과 반대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주민을 선동하는 데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취하는 등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