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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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과학자들이 인슐린을 처음 합성한 지 100여 년이 지났다. 이듬해 첫 환자가 인슐린 주사를 맞은 뒤 합성 기술은 정교해졌다. 하지만 주사를 맞는 치료 방식은 그대로다. 최근 들어 이를 먹는 약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바이오 분야에 나노·로봇기술 등을 접목하면서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화학학회 국제학술지(ACS Nano)에 나노 소재를 활용한 먹는 인슐린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중국 연구진은 먹는 약으로 쥐의 체내에 인슐린을 전달해 주사로 주입한 것과 비슷하게 혈당 수치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

췌장 기능이 망가진 당뇨 환자는 몸 밖에서 인슐린을 넣어줘야 한다. 세계 당뇨 환자는 2억600만 명으로 수백만 명이 매일 주사기나 펌프 등으로 인슐린을 주입한다. 주사의 고통 때문에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도 많다. 먹는 인슐린 수요가 큰 이유다.

인슐린은 소장 벽에서 흡수돼 간까지 가야 제대로 효과를 낸다. 먹는 약은 강한 위산 층을 통과하기 어렵다. 통과해도 소장 효소에 분해될 위험이 크다. 이들 관문을 모두 넘겨도 입자가 커 소장 벽으로 잘 흡수되지 않는다. 이번에 신기술을 공개한 연구진은 물에 닿으면 기포가 나와 반응하는 마그네슘 미립자 추진체를 만들었다. 전분 성분으로 감싸 위산 층을 통과한 뒤 강한 추진력으로 소장 벽에 달라붙도록 했다.

상용화 가능성은 미지수다. 그동안 먹는 인슐린 개발에 성공한 곳은 없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는 2019년 고용량 인슐린을 복용하는 임상 2상시험에 성공했지만 개발을 포기했다. 약값이 비싸 당뇨약을 대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스라엘 오라메드파마슈티컬스는 2016년 먹는 인슐린 임상 2상 결과를 낸 지 7년 만인 지난 12일 임상 3상시험에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바이오기업 메디콕스가 유통계약을 맺었던 물질이다.

2억명 당뇨 환자 희소식…먹는 인슐린 나오나
다른 연구는 대부분 동물실험 단계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팀은 지난해 잇몸과 볼 사이에 넣어 녹이는 방식의 제제를 개발했다. 동물실험에서 인슐린이 주사제처럼 빠르게 흡수돼 간까지 전달되는 것을 확인했다.

로봇 캡슐 연구도 활발하다. 매사추세츠공대(MIT)는 로봇 캡슐이 동물의 소장 벽을 통과해 약물을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기술은 먹는 항체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되고 있다. 바늘이 든 캡슐을 삼키면 위나 소장에 약물을 주입하고 사라지는 ‘먹는 주사제’다.

셀트리온은 지난 9일 미국 라니테라퓨틱스와 손을 잡았다. 캡슐이 소장에서 분해되면 마이크로니들이 약물을 전달한 뒤 녹아 없어진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