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과 코오롱이 국내 유일의 카프로락탐(나일론 원료) 생산업체인 카프로 경영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저렴한 중국산 카프로락탐이 쏟아지면서 적자행진이 이어진 데다 재무 구조도 나빠졌기 때문이다.

경영권 놓고 얼굴 붉히더니…효성·코오롱, 카프로서 손 떼나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최근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카프로 주식 보유 목적을 ‘경영참가’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카프로 지분 9.56%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앞서 카프로 최대주주로 지분 12.75%를 보유한 효성티앤씨도 지난해 11월 보유 목적을 경영참가에서 단순투자로 바꿨다.

이처럼 보유 목적을 경영참가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하면 이들 기업은 카프로 경영에 참여할 길이 막힌다. 두 회사가 앞으로 카프로 주식을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965년 국영기업으로 출범한 카프로는 1974년 상장하는 과정에서 효성그룹과 코오롱그룹이 각각 지분 20.0%, 19.2%를 확보했다. 나일론을 생산하는 두 그룹은 안정적 원료를 조달하기 위해 지분을 투자했다. 과거 실적이 좋았을 때는 카프로 경영권에도 관심이 적잖았다. 코오롱그룹은 1996년 “효성그룹이 직원 차명계좌 등을 동원해 카프로 지분율을 57.6%까지 확대했다”며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후 양사는 카프로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고, 갈등도 어느 정도 봉합됐다.

두 기업이 카프로 지분을 정리한 것은 최근 카프로의 기업가치 하락과 맞물린다. 중국산 제품에 밀린 카프로는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 89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부채 비율은 작년 9월 말 674.5%로, 이미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