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의 프리미엄 한우 선물 세트.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의 프리미엄 한우 선물 세트. /롯데백화점 제공
"올해 거래처 추석 선물은 한우로 하려고요. 물가가 워낙 올라서 대부분 선물 세트 가격이 작년보다 많이 뛰거나 제품 구성이 바뀌었는데, 한우 세트는 작년과 비슷하거나 가격이 2만~3만원 떨어졌네요."

명절 한우 선물세트를 사러 백화점을 찾은 사업가 박기훈 씨(47·가명)는 이같이 말했다. '고물가 비상' 속에서 설 명절을 앞두고 프리미엄 선물세트인 한우세트 매출이 늘고 있다. 전반적 물가가 뛰는데 한우 가격은 떨어지면서 수십만원짜리 한우가 프리미엄 상품군 내에선 '가성비 선물'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백화점들도 한우 세트 가격을 대부분 동결하고 세트 구성은 강화하는 등 고급 선물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우 도매 가격은 3년4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한우 지육(1등급) 1㎏ 도매 가격은 1만4233원으로 지난해 같은날(1만7690원)보다 26.5% 하락했다. 한우 도매가는 지난달 40개월 만에 1만7000원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최근에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우 가격이 내린 것은 공급은 늘어난 반면 수요가 줄어든 영향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최근 한우 가격 하락 원인과 전망'에 따르면, 한우 사육 마릿수는 지난해 355만7000마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 후 야외활동에 제약이 생기고 국민지원금 등으로 가처분소득이 늘면서 한우 소비가 증가하자 농가들이 공급을 확대해 한우 출하량이 증가했다. 하지만 수요는 쪼그라들고 있다. 금리 인상, 물가 상승 등으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지난해 1~9월 가정 내 한우 구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 줄었다.
설을 앞두고 판매량이 뛴 현대백화점의 구이용 한우 세트. /현대백화점 제공
설을 앞두고 판매량이 뛴 현대백화점의 구이용 한우 세트. /현대백화점 제공
이처럼 한우 도매가가 내려가자 백화점들은 한우 선물 세트 가격을 지난해 추석이나 설 당시 수준으로 대부분 유지했다. 소비자 물가가 전반적으로 크게 뛰었기 때문에 고가의 한우 세트지만 '체감 가격'은 상대적으로 내려갔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이 이달 2~14일 자사 한우 선물세트별 매출을 분석한 결과 등심·안심·채끝 등 구이용(스테이크·로스) 부위로만 구성한 세트 매출은 작년 설과 비교해 26.7% 늘었다. 찜갈비·불고기용 부위로 구성한 세트 매출 신장률(15.3%)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롯데백화점도 설 명절 본 판매 기간(2~15일) 중 한우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20% 신장했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은 7%가량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선물세트를 여러 개씩 구입하는 고객들은 약간의 가격 변동에도 부담을 크게 느낀다"며 "최근 들어 한우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졌다고 인식해 찾는 소비자들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