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는 택배 시장에 새로 진입할 수 없도록 한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특별법(대기관리권역법)’ 시행이 내년 초로 미뤄질 전망이다. 전기차 공급 부족으로 친환경 택배트럭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택배사들이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유예 기간이 짧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환경부에 따르면 여야는 오는 4월 시행 예정이던 대기관리권역법을 개정해 내년 1월 1일까지 시행을 유예한다는 데 교감을 이뤘다. 택배사들은 1년 이상 연기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여야 협의 끝에 9개월 유예로 사실상 결론이 났다. 액화석유가스(LPG) 모델 등 대체차량 출시가 올 12월로 예상되는 만 법 시행 시기를 이에 맞춰야한다는 환경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알려졌다.

택배업계는 유예 자체는 반기면서도 여전히 기간이 촉박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2021년 12월을 기준으로 택배 전용으로 등록된 화물차 4만8000대 중 전기차는 0.3%(172대)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CJ대한통운 한진 등 주요 택배사들이 친환경차로 전환해야 하는 차량은 매년 6000대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국산 전기트럭 공급은 수요에 비해 원활하지 못하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국산 전기트럭인 봉고3 EV 출고 대기기간은 7개월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공급이 원활한 중국산 전기 택배차가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국 전기 택배차는 즉시 출고가 가능하고 보조금을 받으면 가격이 1000만원대로 내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 전기 택배차는 보조금을 받아도 2000만원대 중반이다. 한 택배사 관계자는 “택배 차량의 94%는 사실상 ‘지입차’”라며 “젊은 기사들은 중국산 전기 트럭 구매에 거부감이 작다”고 말했다.

충전시설 등 인프라 부족도 문제다. 새벽에 터미널로 한꺼번에 들어왔다가 전국으로 흩어지는 택배 차량의 동선 등을 고려하면 충전 설비를 충분히 갖추기가 쉽지 않다.

한 택배회사 고위 임원은 “기존 지입차 기사들이 법 적용을 피하려 택배차로 등록하지 않고 자가 경유 화물차를 이용한 유사 운송 등 불법행위에 나설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곽용희/김소현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