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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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가 올해 처음으로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섰다. 중국 경제 지표가 개선되면서 수요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0.32달러(0.40%) 오른 배럴당 80.18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종가는 지난해 12월 30일 이후 최고치로, WTI 가격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80달러대를 돌파했다. 지난 5일부터 8거래일째 상승세다. 해당 기간 상승률은 10.08%에 달한다. 유가가 8거래일 연속 오른 것은 2021년 2월 10일로 끝난 8거래일 이후 처음이다.

같은 날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3월물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1.46달러(1.70%) 높은 배럴당 85.92달러에 거래됐다.
사진=오일프라이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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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제지표 개선이 유가를 끌어올렸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원유수입국이다. 중국의 작년 4분기 성장률은 2.9%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인 1.7%~1.8%를 넘어섰다. 지난해 전체 성장률도 3.0%를 기록해 정부의 공식 목표치인 5.5%에는 크게 못 미쳤지만 시장의 예상치인 2.7~2.8%보다 높았다. 미즈호의 밥 요거 에너지 선물 이사는 "중국은 경제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제(설)를 앞두고 이동 인구가 급증했다는 소식도 유가 상승의 이유 중 하나다. 중국 교통운수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춘윈(춘제 특별수송기간·1월 7일∼2월 15일)이 시작된 지난 7일부터 15일까지 9일간 공공 교통 운송객은 3억4443만명이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0%가량 증가했다.

항공기 운항도 늘었다.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중국 국내선 항공기 운항 편수도 7일 연속 하루 평균 1만 편을 넘어섰다. 국내선 항공기의 하루 운항이 1만 편을 넘어선 것은 최근 5개월 만에 처음이다. 특히 국제선 운항이 큰 폭으로 늘었다. 춘제 연휴인 오는 21일부터 27일까지 일주일간 중국 항공사의 국제노선 운항은 6000여 편 운항할 계획인데 이는 작년보다 228% 급증한 것이다.

다른 경제지표들도 개선됐다. 지난 12월 중국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대비 1.3%를 기록해 시장의 예상치인 0.8%를 웃돌았다. 다만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1.8% 줄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1~12월 도시지역 고정자산투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1% 증가해 시장의 예상치인 5.0% 증가를 소폭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유가 전망을 좌우할 핵심 국가라고 설명했다.

타마스 바르그 PVM 분석가는 "국가의 원유 수입은 12월에 4% 증가했고 운송 연료에 대한 수요가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콜린 시에진스키 SIA웰스매니지먼트 시장전략가는 "예상보다 중국의 GDP, 산업생산, 소매판매 등이 개선돼 유가가 상승했다"라며 "중국이 경제를 재개하면서 에너지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마이클 트란 RBC 캐피털 마켓츠 에너지 전략가는 "중국의 경제 재개가 올해 유가에 주요 상방 위험이 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올해 하반기에 주요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중국의 경제 재개방 움직임에도 올해 글로벌 수요 전망치와 전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유지했다.

OPEC은 이날 발표한 월례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 220만 배럴가량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달의 전망과 같은 것으로 지난해 하루 250만 배럴 증가한 데서 줄어든 수준이다.

OPEC은 올해 전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기존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지난해 전 세계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8%에서 3.0%로 올렸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