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뒤 수요가 회복될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16개월 만에 최저치에서 급등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ICE거래소에서 유럽 천연가스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가스 선물(2월물)의 MWh당 가격은 전일 대비 4.61유로(8.31%) 상승한 60.06유로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54유로 수준까지 떨어졌던 낙폭을 회복했다. 55유로 선을 돌파한 건 2021년 9월 이후 16개월 만이다.

지난해 여름 천연가스 가격과 비교하면 20% 수준에 불과했다. 당시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가 겨울 중 고갈될 것이란 우려가 거세지며 지난 8월 천연가스 가격이 340유로 이상으로 치솟기도 했다. 유럽 천연가스 공급량의 40%를 담당하는 러시아가 가스 공급량을 점진적으로 줄일 것이란 우려가 시장의 불안을 키웠던 때였다.
中 수요 되살아나자…16개월 최저치에서 반등한 천연가스 [원자재 포커스]
현재는 러시아발 공급 리스크가 대부분 해소된 상태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은 러시아산 가스를 대체하기 위해 미국, 카타르 등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선적량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 가스 가격 하락의 또 다른 요인은 따뜻한 날씨다.

북극권의 저기압 기류인 극소용돌이가 찬 공기를 끌어들이면서 북반구의 기온 하강을 막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유럽 평균 천연가스 재고량은 총 저장 규모의 8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건 아시아 수요가 폭증할 거란 전망 때문이다. 매수세가 몰리며 가격이 8% 이상 뛴 것이다. 중국 경제가 되살아날 거란 판단에서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3%대를 기록했다. 2021년(8.4%)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경제학자들의 전망을 웃도는 수치였다. 중국의 수요 회복과 더불어 인도네시아, 인도, 태국 등의 원자재 바이어들이 저점 매수를 위해 시장에 뛰어들며 수요가 급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너지 전문 법률서비스업체인 베이커 바츠의 롭 버틀러 파트너변호사는 "중국에서 가스 수요가 분명 반등할 것이다"라며 "2021년 정점까지 회복할 거란 의견에는 반론이 있지만 회복세는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주요 천연가스 생산국인 미국에선 공급량이 줄어들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천연가스 선물(2월물) 가격은 MMBtu(열량 단위)당 3.6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주에는 2년 만의 최저치였던 3.3달러를 기록했다. 반등에 성공했지만 올해 들어 16%가량 떨어졌다. 여전히 이상고온 현상 때문에 수요가 축소할 거란 전망이 우세한 모습이다.
中 수요 되살아나자…16개월 최저치에서 반등한 천연가스 [원자재 포커스]
미 에너지업체 EQT의 토비 라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량은 작년보다 3%가량 증대될 것"이라며 "현재 시장에선 과매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생산량이 축소될 거란 전망도 했다. 시추 비용이 평년보다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신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인해 보조금도 줄어드는 형국이다. 라이스 CEO는 "미국의 가스 시장은 이미 망가졌다"며 "지난 5년간 신규 투자가 지연되거나 취소됐다. 저비용 고효율을 자랑하는 가스 파이프라인이 미국에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