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으로 몇 년 낭비하느니…" 중소기업 택하는 이유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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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취업문에 '중고 신입' 도전하는 직장인들
대형 유통업체 A사는 최근 신입직원 채용 과정에서 경력이 있는 소위 '중고 신입'과 무경력 신입 취업자들 간 채용 비율을 조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원자 대비 중고 신입의 비율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모를 '사회적 책임 논란'을 피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A사 채용 담당자는 "실무 면접을 보면 답변의 클래스(수준)가 확실히 다르다"며 "2년 차 전후의 MD 출신들이 많이 지원하는데, 일이 돌아가는 것을 잘 알고 있어 곧바로 현업에 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중고 신입이란 말 그대로 직장 경력은 있지만, 신입 채용에 지원한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대졸 신입 취업문이 점차 좁아지고 상시 경력직 채용이 대세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평범한 스펙의 대졸 구직자들에게는 더 가혹한 취업 시즌이 되면서,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대기업 등 1차 노동시장에 '돌아들어 가는' 방법을 택하는 구직자들도 늘고 있다.
결국 "취준생으로 몇 년을 낭비하느니 경력·스펙을 쌓는 게 유리하다"는 게 간접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흔히 '신의 직장'으로 불렸던 공공기관들에서도 더 나은 복지와 수도권 근무를 위해 다른 공공기관으로 '중고 신입'행을 선택하는 직원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마지노선으로 삼는 '중고 신입'의 스펙은 어떨까. 중고 신입 마지노선 연차는 평균 2.3년차로 집계됐다.
'1년 6개월∼2년 미만'(22.5%), '1년∼1년 6개월 미만'(20%), '2년 6개월∼3년 미만'(14%), '2년∼2년 6개월 미만'(12.6%), '6개월∼1년 미만'(9.9%) 등의 순이었다.
연령의 경우 전체 기업의 73.6%가 중고 신입으로 지원 가능한 연령 선이 있다고 밝혔으며 평균 32.3세를 마지노선으로 봤다. 결국 32세 이상, 2년 이상의 경력이라면 '경력직' 이직이 더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한 대기업 채용 담당자는 "중기 출신이어도 나이가 젊고 연봉도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가성비'를 고려하면 대기업 경력직보다 선호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종종 있다. 한 중견 제조업체 채용 담당자는 "중고신입은 충성도가 약하다는 편견이 있어서 거의 거르는 편"이라고 말했다.
회사마다 호불호는 다르지만, 취업자 입장에서도 '고스펙'이 아니라면 단점을 보완하고 경쟁력을 높일 기회라는 점에서는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특히 노동시장 간 이동 단절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2018년 12월 발간된 한국은행 BOK 경제연구의 '노동시장 이주구조와 정책대응' 자료에 따르면, 1~299인 기업 노동자가 1년 후 300인 이상 기업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2004~2005년 3.5%에서 2015~2016년 2.2%로 되레 낮아졌다.
전반적으로 같은 업체에서 계속 근무하거나 같은 규모의 기업으로 이동하는 경우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근로자들은 성과나 생산성이 떨어지더라도 두터운 보호를 받지만, 중소기업 근로자는 웬만큼 성과를 보여주지 않으면 좋은 직장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쉽게 열리지 않는다. OECD가 한국의 1차 노동시장을 '골든 티켓'으로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기왕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경험을 쌓을 기회에 대한 '정보의 격차'를 최소화하고 좋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
속칭 '좋소기업'을 피하려면 기업 평판 사이트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다. 그 밖에 고용노동부는 매년 12월 천여 개의 '청년친화강소기업'을 발표한다. 일반기업에 비해 임금, 신규 채용, 청년 근로자 비율, 고용안정 등 측면에서 우수한 기업들을 공개하는 것이다. 장기근속을 하게 되더라도 추후 경력직 이직 시에도 도움이 되는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곳들이다.
입사에 성공했다면 정부가 확대 개편 중인 '기업직업훈련카드' '내일배움카드'로 나의 '개인브랜드'를 최대한 쌓아야 한다. 또 내일배움카드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실무와 학습을 병행하면 좋은 '경력 테크트리'를 탈 수 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A사 채용 담당자는 "실무 면접을 보면 답변의 클래스(수준)가 확실히 다르다"며 "2년 차 전후의 MD 출신들이 많이 지원하는데, 일이 돌아가는 것을 잘 알고 있어 곧바로 현업에 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중고 신입이란 말 그대로 직장 경력은 있지만, 신입 채용에 지원한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대졸 신입 취업문이 점차 좁아지고 상시 경력직 채용이 대세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평범한 스펙의 대졸 구직자들에게는 더 가혹한 취업 시즌이 되면서,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대기업 등 1차 노동시장에 '돌아들어 가는' 방법을 택하는 구직자들도 늘고 있다.
'2.3년차 이하, 32세 이하가 중고신입 마지노'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2021년 당시 기업 560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고 신입에 대해 기업들의 85.9%는 '선호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유로는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어서'(80.5%·복수 응답)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 밖에 '교육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44.9%), '조직에 잘 적응할 것 같아서'(34.7%), '업무나 회사생활이 노련할 것 같아서'(32.4%) 등이 뒤를 이었다.결국 "취준생으로 몇 년을 낭비하느니 경력·스펙을 쌓는 게 유리하다"는 게 간접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흔히 '신의 직장'으로 불렸던 공공기관들에서도 더 나은 복지와 수도권 근무를 위해 다른 공공기관으로 '중고 신입'행을 선택하는 직원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마지노선으로 삼는 '중고 신입'의 스펙은 어떨까. 중고 신입 마지노선 연차는 평균 2.3년차로 집계됐다.
'1년 6개월∼2년 미만'(22.5%), '1년∼1년 6개월 미만'(20%), '2년 6개월∼3년 미만'(14%), '2년∼2년 6개월 미만'(12.6%), '6개월∼1년 미만'(9.9%) 등의 순이었다.
연령의 경우 전체 기업의 73.6%가 중고 신입으로 지원 가능한 연령 선이 있다고 밝혔으며 평균 32.3세를 마지노선으로 봤다. 결국 32세 이상, 2년 이상의 경력이라면 '경력직' 이직이 더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한 대기업 채용 담당자는 "중기 출신이어도 나이가 젊고 연봉도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가성비'를 고려하면 대기업 경력직보다 선호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종종 있다. 한 중견 제조업체 채용 담당자는 "중고신입은 충성도가 약하다는 편견이 있어서 거의 거르는 편"이라고 말했다.
회사마다 호불호는 다르지만, 취업자 입장에서도 '고스펙'이 아니라면 단점을 보완하고 경쟁력을 높일 기회라는 점에서는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경직된 노동시장, 중고 신입도 '리스크'
하지만 한국에서는 청년들이 함부로 중고신입의 길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첫 직장이 자신의 가치를 결정짓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현상이 강하기 때문이다.특히 노동시장 간 이동 단절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2018년 12월 발간된 한국은행 BOK 경제연구의 '노동시장 이주구조와 정책대응' 자료에 따르면, 1~299인 기업 노동자가 1년 후 300인 이상 기업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2004~2005년 3.5%에서 2015~2016년 2.2%로 되레 낮아졌다.
전반적으로 같은 업체에서 계속 근무하거나 같은 규모의 기업으로 이동하는 경우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근로자들은 성과나 생산성이 떨어지더라도 두터운 보호를 받지만, 중소기업 근로자는 웬만큼 성과를 보여주지 않으면 좋은 직장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쉽게 열리지 않는다. OECD가 한국의 1차 노동시장을 '골든 티켓'으로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기왕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경험을 쌓을 기회에 대한 '정보의 격차'를 최소화하고 좋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
속칭 '좋소기업'을 피하려면 기업 평판 사이트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다. 그 밖에 고용노동부는 매년 12월 천여 개의 '청년친화강소기업'을 발표한다. 일반기업에 비해 임금, 신규 채용, 청년 근로자 비율, 고용안정 등 측면에서 우수한 기업들을 공개하는 것이다. 장기근속을 하게 되더라도 추후 경력직 이직 시에도 도움이 되는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곳들이다.
입사에 성공했다면 정부가 확대 개편 중인 '기업직업훈련카드' '내일배움카드'로 나의 '개인브랜드'를 최대한 쌓아야 한다. 또 내일배움카드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실무와 학습을 병행하면 좋은 '경력 테크트리'를 탈 수 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