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비온이 주력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인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ABN401' 글로벌 임상 2상 첫 환자 투여를 완료했다고 18일 밝혔다.

ABN401은 간세포성장인자수용체(c-MET) 돌연변이를 타깃하는 표적항암제다. ABN401 글로벌 임상은 임상 1·2상을 통합해 진행하는 심리스(seamless) 방식이다.

호주와 한국에서 임상 1상을 마치고 지난해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했다. 다른 c-MET 치료제(엑손14 결손)에서 나타나는 3등급 이상 약물 이상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c-MET 변이는 c-MET 유전자의 엑손14(exon14) 결손(skipping)으로 인한 돌연변이 EGFR 저해제 내성 등으로 인한 c-MET 과발현 MET 유전자 증폭 등 세 가지로 나뉜다.

현재 나와있는 노바티스의 타브렉타(캡마티닙)와 독일 머크의 템메코(테포티닙)는 엑손14 결손 c-MET을 타깃한다. 에이비온이 후발주자인 셈이다.

정상 c-MET은 단백질 결합으로 세포성장 신호를 차단하는데, 엑손14 결손이 있으면 이 기능이 차단된다. 비정상 신호를 차단해 항암 효능을 내겠다는 게 엑손14 c-MET 타깃이다.

에이비온이 이번에 환자 투여를 완료된 코호트1이 엑손14 결손 c-MET을 타깃의 ABN401 효능을 확인하는 임상이다. ABN401을 단독 투여한다. 최소 40명이 목표다. 이르면 연내 코호트1 중간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2021년 기준 템메코 매출은 440억원, 타브렉타 매출은 1200억원 규모다.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2021년 1400억원 규모인 엑손14 결손 c-MET 시장은 2026년 1조5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관계자는 "중간결과로 확보한 유효성으로 기술이전 논의가 더욱 본격화할 것"이라며 "조기 기술이전이 목표"라고 했다.

준비 중인 코호트2는 엑손14 결손이 아닌 c-MET 과발현을 타깃한다. 이 시장은 엑손14 결손과 달리 아직 시장에 나온 치료제가 없다.

c-MET 과발현은 3세대 EGFR 타깃 TKI 약물 내성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레사·타쎄바 내성 2차 치료제로 쓰이는 대표적 3세대 타이로신 카이네이즈 저해(TKI) 약물인 타그리소(오시머티닙)의 내성은 30% 정도가 c-MET다.

타그리소 외에 렉라자(레이저티닙)도 3세대 TKI 계열이다. 타그리소만 해도 연간 5조원 규모로 팔리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만큼 시장성이 크다는 게 에이비온의 판단이다.

회사 관계자는 타그리소 투약 환자 내성 발생의 15~50%가 c-MET 돌연변이"라며 "약 2조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3세대 EGFR 저해제의 내성을 억제해야 하는 만큼 코호트2는 이들 약물과의 병용으로 진행된다.

다만 3세대 EGFR 저해제 중 어떤 약물과 병용으로 할 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올 상반기 내에 병용 약물과 환자 수 등 임상 프로토콜을 확정해 FDA에 코호트2 임상에 대한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에이비온 관계자는 "연내 코호트2 임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ABN401 글로벌 임상 2상이 본격화하면서 자금 조달 필요성도 커졌다.

에이비온은 코호트1에만 약 15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병용 투여가 이뤄지는 코호트2는 이보다 더 많은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에이비온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억8000만원, 단기금융상품은 230억원 규모다. 현금 및 선금성 자산이 2021년 말 150억원에서 크게 줄었다. 단기금융상품은 같은 기간 10억원 늘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자금 조달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한편 ABN401 임상 2상은 유전자증폭(ddPCR) 방식 액체생검으로 c-MET 돌연변이를 확인 후 임상 대상자를 선정하는 동반진단을 병행한다. 조직생검 방식보다 환자 편의성이 크다는 평가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