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고강도 긴축에도 미국 고용시장은 여전히 탄탄하지만 이 유례없는 채용 훈풍에서 라틴계와 흑인에게만은 예외라고 16일(현지시간) CNN이 전했다.

미 노동통계국(BLS)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실업률은 3.5%로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해 196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비농업 일자리는 전년 대비 22만3000개 늘었는데 전달(26만3000개)보다는 적었으나 시장 전망치(20만 개)를 크게 웃돌며 노동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보여줬다.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틴계 남성와 흑인 여성의 실업률은 오히려 악화됐다. 팬데믹 이후 치솟은 실업률이 아직 회복되지 못했다. 20세 이상 흑인 여성 실업률은 5.5%로 전달(5.2%)보다 상승했다. 코로나 대유행 초기인 2020년 2월에는 4.8%였다. 라틴계 남성의 실업률은 4%로 전달보다 0.4%포인트 상승했고, 2020년 2월(3.1%)보다 훨씬 높았다.

반면 다른 인종 실업률은 대부분 팬데믹 이전보다 같거나 낮아졌다. 백인 여성의 경우 지난달 실업률은 2.8%, 백인 전체는 3%, 아시아인은 2.5% 정도다. 히스패닉계도 사상 최악의 실업률을 겪었던 팬데믹 초기에서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히스패닉 실업률은 팬데믹 이전 4%를 맴돌다가 코로나 대유행이 본격화한 2020년 4월 18.1%까지 치솟았다.

케이트 반 워싱턴공정성장연구소(WCE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흑인 여성과 라틴계의 실업률이 증가하는 이유로 끝나지 않는 팬데믹, 저임금 일자리에서 인종 차별, 가정 내에서 여성들의 부양 책임 등을 들었다.

레저 및 접객업 부문(숙박·음식업 등)은 여성 고용이 많고 대표적인 저임금 사업장이다. 팬데믹 초기 이 업종에서만 820만개 이상 일자리가 사라졌는데, 2020년 2월 전체 고용의 거의 절반이다. BLS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일자리가 돌아왔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보다는 5.5% 낮다.

반 이코노미스트는 “흑인 여성들은 소매업·접대·의료서비스 등 분야에 많이 종사하는데 팬데믹 이후 대량 실직했다”며 “아직 다른 노동자들처럼 일자리로 돌아와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노동시장에서 라틴계와 흑인을 향한 구조적인 인종차별과 불평등은 존재하며 고용주들이 그들에게 일자리 제안을 할 가능성은 적고, 제안한다 하더라도 그들에게 쥐어지는 임금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턱없이 낮다”며 “기업에서 구조조정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해고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덧붙였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