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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마켓PRO] 연초부터 주가는 뚝뚝…'삼바' 1000억 베팅한 개미들의 운명은?
2011년 허허벌판 갯벌 인천 송도에서 사업을 시작한 회사가 있습니다. 당시 직원은 30명. 바이오가 새 먹거리라는 확신을 갖고 새출발을 시작했습니다. 2010년 바이오를 신수종 사업으로 택한 삼성그룹의 야심작 삼성바이오로직스 얘기입니다.

연초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새해 들어 유일하게 개미들의 순매수 금액이 1000억원을 넘은 종목으로 꼽힐 만큼 관심이 뜨겁습니다. 삼성의 희망이 아닌 개미들의 희망이 된 셈입니다.

하지만 주가는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1월 효과로 새해 벽두부터 반짝 달아올랐던 국내 증시와 달리 유독 냉랭한 연초를 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작년 4분기 실적 전망도, 올해 이익 전망치도 모두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마켓PRO가 관련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마켓PRO] 연초부터 주가는 뚝뚝…'삼바' 1000억 베팅한 개미들의 운명은?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작년 4분기 실적 추정치는 매출 8039억원, 영업이익 2635억원입니다. 전년 대비 각각 80.9%, 104.6% 증가한 수치입니다. 하나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매출이 8259억원, 영업이익 2527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매출은 시장 컨센서스를 소폭 웃돌지만 영업이익은 조금 줄어들 것으로 본 것이죠.

올해 실적 전망도 나쁘지 않습니다. 매출과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3조2640억원, 9766억원입니다.(아직 4분기 실적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작년 연간 실적은 매출 2조7487억원, 영업이익 908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증권사들 관측에 따르면 2024년에는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1조원 돌파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향후 주가를 움직이는 주요 변수로 '실적'을 꼽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적 부진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 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죠. 실적이 좋지 않은 종목의 주가가 나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얘깁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실적대로만 주가가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에서 주당 100만원이 넘는 종목을 '황제주'라고 부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표 황제주였죠.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주가가 80만원 선을 깨고 내려오면서 황제주는 옛날 얘기가 됐습니다.(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 시대 주도주를 칭하는 BBIG의 한 종목으로 지난 2021년 8월 고점을 찍은 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여전히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주가는 하늘 위에 있습니다. 23곳이 제시한 목표주가 평균은 113만7826원. 40% 넘게 상승 여력이 남아있는 셈입니다.

연초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달려든 개미의 마음과 다르게 전문가들의 주가 전망은 다소 느긋(?)합니다. 고환율효과를 봤던 작년과 달리 환율이 하락세인데다 미래 먹거리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4공장의 실적이 내년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는 잔잔한 한 해를 보낼 것이란 분석이죠.
[마켓PRO] 연초부터 주가는 뚝뚝…'삼바' 1000억 베팅한 개미들의 운명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5만7000㎡ 규모의 부지에 ‘제2 캠퍼스’를 조성하고, 이곳에 공장 4개를 추가로 건설, 바이오 분야에서의 ‘초격차’를 완성한다는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이재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7년 만에 송도를 찾아 바이오로직스 4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며 힘을 실어줬습니다. '바이오'가 삼성의 미래 핵심먹거리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천명한 셈이죠. 4공장은 생산 능력이 24만ℓ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32년까지 10년 간 바이오사업에 7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4000명 이상 직접 고용한다는 계획입니다.

4공장의 결실은 올 하반기부터 가시권에 들 전망입니다. 4공장은 4분기부터 가동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본격적인 매출이 이때부터 발생하게 되는 셈입니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3년에는 제2바이오캠퍼스 증설 계획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4공장의 선수주 활동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Q22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5개 빅파마의 7개 제품에 대한 수주 계약을 확정했다고 언급했다"면서 "2023년에도 4공장의 추가적인 수주가 기대된다"고 부연했습니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또한 "4공장 완전 가동에 맞춰 8개사 11개 제품 계약, 26개사 34개 제품에 대해선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레카네맙(알츠하이머 항체 치료제)의 FDA 가속 승인 등으로 신규 시장 수요가 창출이 기대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목표주가를 120만원으로 유지하고 있는 메리츠증권의 경우 "4공장의 빠른 가동률 상승 및 5공장에 대한 구체화, 알츠하이머 항체치료제 임상 시험 진전 및 승인, 올 7월 미국 출시를 앞두고 있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하드리마의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개미들이 삼성바이오직스를 사모으는 사이 외국인들이 대거 떠나가고 있다는 점은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힙니다. 실제 외국인들은 연초 이후 452억원가량을 순매도했습니다. 이 기간 포스코케미칼, 한국항공우주에 이어 순매도 3위에 해당할만큼 많은 물량입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현재 증권사들의 목표주가는 연내 5공장 착공이 시작된다는 전제하에 미래 가치가 선반영된 상태"라면서도 "바이오주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환율과 금리까지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에 있다보니 단기간에 다른 섹터보다 주목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저가 매수에 나선 개미들과 달리 외국인들의 경우 이 같은 부정적인 요소를 보고 주식을 매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알려진 CAPA확대 이외에 다른 호재가 나와야 주가가 다시 오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