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명 이커머스 업체에서 한복을 중국 전통 의상으로 판매하고 있다./사진=서경덕 교수 제공
한 유명 이커머스 업체에서 한복을 중국 전통 의상으로 판매하고 있다./사진=서경덕 교수 제공
인터파크, 11번가, 옥션 등 국내 유명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이 한복을 중국 전통 의복인 '한푸'라고 소개해 판매 중으로 드러났다. 누구나 자유롭게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중개 플랫폼인 오픈마켓(통신판매중개자)의 모니터링 책임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쿠팡, 티몬, 인터파크, 지마켓, 옥션, 11번가, 네이버 쇼핑, 다음 쇼핑하우 등 30여 곳(12~13일 기준)의 국내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한복을 '중국 한복 한푸'로 소개해 판매했다. 한복을 '당나라 스타일 한복'으로 판매하는 곳도 더러 있었다.

이 사실을 소비자들이 인지하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주요 온라인 쇼핑몰들은 관련 제품을 빠르게 삭제했다. 11번가 관계자는 "현재 한복을 한푸로 소개한 판매글은 검색이 안될 것"이라며 "내부에서도 지속적 모니터링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수년 전부터 한복이 '한푸'에서 유래됐다며 자신들이 원조라고 계속 주장해 우리나라와 갈등을 빚어왔다. 앞서 지난해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개막식 당시에도 한복을 입은 소녀가 등장해 논란이 됐다. 중국의 최대 포탈사이트 바이두 백과사전에는 한복을 '조선족 복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한푸 논란에 대한 누리꾼들 반응./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더쿠' 캡처
한푸 논란에 대한 누리꾼들 반응./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더쿠' 캡처
누리꾼들은 "중국이 한복을 훔치려 한다"며 "국내 온라인 쇼핑몰을 중국인과 조선족이 점령한 것 아니냐"라고 반응했다. 몇몇은 오픈마켓에서 상품 확인은 안 하느냐며 이커머스 업체에 책임을 묻기도 했다.

오픈마켓은 발 빠르게 대처했다. 혐중 분위기가 거세지면서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우려해서다.

인터파크는 한푸 논란이 일었던 당일 상품을 클릭해도 해당 사이트로 접속이 안 되도록 막았다. 11번가도 한복이 한푸나 중국 전통의상과 같은 단어와 함께 검색되지 않도록 했다. 판매자에게는 상품명을 수정하도록 지시했다. 11번가 관계자는 '혐중' 논란은 해당 상품을 시정할 만한 명백한 사유라면서 "예외적으로 위해상품이나 명백한 사유로 인한 경우는 (오픈마켓에서) 직접적인 권한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사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규정상 판매자가 해당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는 게 오픈마켓 측 설명이다. 재고를 관리하고 시스템에 반영하는 것은 판매업체 측의 몫이라는 얘기다. 오픈마켓은 물건을 직접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 주는 중개자의 역할만 한다고 설명했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구매자의 컴플레인이 들어올 경우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직접 컴플레인 처리가 기본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오픈마켓의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오픈마켓은 정치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한 상품 검열이 필요하다"며 "소비자가 자유롭게 물건을 사고파는 플랫폼인 만큼 논란이 생길 만한 문제에는 세심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