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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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재 회사를 다니며 자취 중인 A씨(32)는 최근 거주하는 자취방을 바꿔야하는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아직 자취방 임대 기간이 1년 넘게 남았지만 집주인이 종종 폐쇄회로(CC)TV로 A씨의 사생활을 지켜보고 있다는 의심이 들어서다. 집주인은 "밤 늦게 다니지 말라", "친구를 자취방에 자주 데려오지 말라"며 A씨의 생활을 감시하는 게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했다. 보안을 강조하는 건물에는 입구와 주차장은 물론 층마다 각 집이 잘 보이는 위치에 CCTV가 자리하고 있다. A씨는 "집주인이 마음만 먹으면 CCTV로 내 일거수 일투족을 볼 수 있다는 게 소름끼친다"며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이 악용한다면 나나 다른 세입자가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문제는 A씨만의 사례가 아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CCTV 등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 요건과 이를 운영하는 운영자에게 부여되는 안전 확보 조치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CCTV를 한 곳에서 관리하는 관제사의 자격 요건 등은 정하지 않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성범죄자나 스토킹 범죄 전적이 있는 사람도 CCTV 수백대를 관리하는 관제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운영중인 CCTV 통합관제센터는 221개에 달한다. 이 센터들은 52만5000여개의 CCTV를 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분야에서는 더 많은 관제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백화점들은 통상 1만~2만대의 CCTV를 한꺼번에 관리하는 관제센터를 보유하고 있고 병원 등의 시설도 수천대의 CCTV를 관제하는 관제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CCTV 여러 대를 동시에 관리하는 관제사의 경우 자격 제한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CCTV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아동청소년범죄 혹은 성범죄, 자택 무단 침입 등 스토킹 전과가 있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피해자가 자주 활동하는 지역의 CCTV를 관제하는 관제사가 된다면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 관제사들은 자신이 CCTV를 통해 본 개인 영상정보를 타인에게 발설하는 등 개인정보보호 의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CCTV 영상을 마음대로 녹화하거나 심지어는 내용을 제 3자에 말하는 것도 개인 영상정보 유출로 보고 5년 이하 징역 혹은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은 "CCTV 관제사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만큼 아동청소년범죄나 스토킹 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에게 업무를 맡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