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더현대 '인증샷' 핫플된 이곳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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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아의 걷다가 예술
박선기 '조합체 시리즈'
낚시줄과 5만여개 비즈가 만들어낸
너비 7m 은하수…신라호텔 로비 수놓아
더현대 서울·빅히트 사옥에도 설치
바람에 흔들리며 공간과 호흡해
박선기 '조합체 시리즈'
낚시줄과 5만여개 비즈가 만들어낸
너비 7m 은하수…신라호텔 로비 수놓아
더현대 서울·빅히트 사옥에도 설치
바람에 흔들리며 공간과 호흡해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은 '호텔 좀 다녀본' 사람들도 국내에서 '톱'으로 꼽는 호텔이다. 세계 각국 정상들도 묵는 럭셔리한 객실 인테리어에 다양한 부대시설까지. 이런 신라호텔을 방문하는 사람마다 '인증샷'을 찍는 곳이 있다. 호텔 로비, 그 중에서도 5만 여개의 아크릴 비즈로 이뤄진 거대한 샹들리에다.
바로 박선기 작가(56)의 '조합체(An Aggregation) 130121'다. 연약한 투명 낚시줄에 몸을 맡긴 아크릴 비즈는 공기의 흐름에 따라 나부끼며 반짝인다. 마치 무수한 별들이 만들어낸 은하수처럼. 너비 7m에 달하는 빛의 은하수는 호텔 로비를 더욱 고급스럽게 만들어준다.
이 작품은 2006년 박선기와 신라호텔의 협업으로 설치됐다. 그러다 2013년 신라호텔이 전면 리뉴얼되면서 작품의 전체적인 모양도 약간 수정됐다고 한다. 작품 제목 뒤에 붙어있는 숫자 '130121'은 박선기가 이 작품을 구상한 날짜다.
박선기의 작품은 누가 봐도 '아름답다'는 말이 나온다. 그래서인지 그를 찾는 곳이 많다. 여의도 더현대 서울의 중심을 관통하는 '조합체 180609'도 그의 작품이다. 동그란 비즈가 백화점 유리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을 만나 반짝인다.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용산 사옥 1층에도 그가 레이저와 빛을 소재로 만든 작품이 있다. 예전부터 이런 작업을 해왔나 싶지만, 박선기는 원래 '숯의 작가'로 불리던 사람이다. 그의 대표작은 낚시줄에 매달린 숯이었다. 그에게 숯은 '자연'을 상징하는 소재다. 인간이 생활하는 건축물에 숯을 매단다는 것은 인간과 자연의 만남, 그 자체였던 것이다.
낚시줄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숯은 마치 3차원의 수묵화도 같다. 박선기가 '살아있는 수묵화를 그린다'는 평가를 받았던 배경이다. 그는 이런 작품으로 2006년 '김종영 조각상'도 받았다. 한국 현대조각의 거장인 고(故) 김종영 선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그러다 그는 낚시줄에 숯 대신 아크릴 비즈를 엮기 시작했다. 어두운 공간에선 숯이 잘 안 보인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아크릴 비즈 작품을 첫 선보인 게 바로 신라호텔 로비였다. 당시만 해도 호텔 로비는 조도를 낮추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호텔신라와 박선기는 이 작품으로 로비를 환하게 밝히는 '역발상'을 시도했다. 매달려있는 게 아크릴 비즈든 숯이든, 박선기의 작품은 공통점이 있다. 평범한 재료들이 모여 거대한 에너지를 내뿜는 것. 가까이서 보는 것과 멀리 떨어져서 보는 것이 완전히 다른다는 점은 관객들에게 '시선과 관점에 따라 대상이 바뀐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공간과 호흡한다는 것도 박선기의 작품을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요소다. 형태가 고정돼있는 일반적인 조형물과는 달리, 그의 작품은 약한 바람 한 줌에도 흔들린다. 항상 우리 곁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을 담아낸 것이다.
바로 박선기 작가(56)의 '조합체(An Aggregation) 130121'다. 연약한 투명 낚시줄에 몸을 맡긴 아크릴 비즈는 공기의 흐름에 따라 나부끼며 반짝인다. 마치 무수한 별들이 만들어낸 은하수처럼. 너비 7m에 달하는 빛의 은하수는 호텔 로비를 더욱 고급스럽게 만들어준다.
이 작품은 2006년 박선기와 신라호텔의 협업으로 설치됐다. 그러다 2013년 신라호텔이 전면 리뉴얼되면서 작품의 전체적인 모양도 약간 수정됐다고 한다. 작품 제목 뒤에 붙어있는 숫자 '130121'은 박선기가 이 작품을 구상한 날짜다.
박선기의 작품은 누가 봐도 '아름답다'는 말이 나온다. 그래서인지 그를 찾는 곳이 많다. 여의도 더현대 서울의 중심을 관통하는 '조합체 180609'도 그의 작품이다. 동그란 비즈가 백화점 유리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을 만나 반짝인다.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용산 사옥 1층에도 그가 레이저와 빛을 소재로 만든 작품이 있다. 예전부터 이런 작업을 해왔나 싶지만, 박선기는 원래 '숯의 작가'로 불리던 사람이다. 그의 대표작은 낚시줄에 매달린 숯이었다. 그에게 숯은 '자연'을 상징하는 소재다. 인간이 생활하는 건축물에 숯을 매단다는 것은 인간과 자연의 만남, 그 자체였던 것이다.
낚시줄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숯은 마치 3차원의 수묵화도 같다. 박선기가 '살아있는 수묵화를 그린다'는 평가를 받았던 배경이다. 그는 이런 작품으로 2006년 '김종영 조각상'도 받았다. 한국 현대조각의 거장인 고(故) 김종영 선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그러다 그는 낚시줄에 숯 대신 아크릴 비즈를 엮기 시작했다. 어두운 공간에선 숯이 잘 안 보인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아크릴 비즈 작품을 첫 선보인 게 바로 신라호텔 로비였다. 당시만 해도 호텔 로비는 조도를 낮추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호텔신라와 박선기는 이 작품으로 로비를 환하게 밝히는 '역발상'을 시도했다. 매달려있는 게 아크릴 비즈든 숯이든, 박선기의 작품은 공통점이 있다. 평범한 재료들이 모여 거대한 에너지를 내뿜는 것. 가까이서 보는 것과 멀리 떨어져서 보는 것이 완전히 다른다는 점은 관객들에게 '시선과 관점에 따라 대상이 바뀐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공간과 호흡한다는 것도 박선기의 작품을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요소다. 형태가 고정돼있는 일반적인 조형물과는 달리, 그의 작품은 약한 바람 한 줌에도 흔들린다. 항상 우리 곁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을 담아낸 것이다.
꼭 미술관에 가야만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매일 출근길에 만나는 조형물, 업무차 들른 호텔에 걸린 그림, 아이 손을 잡고 찾은 백화점에 놓인 조각 중에는 유명 미술관의 한자리를 차지할 만큼 좋은 작품이 많습니다. ‘걷다가 예술’은 이렇게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을 찾아갑니다.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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