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 18일 오후 2시57분

‘연초 효과’로 달아오른 회사채 시장에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신용도가 높거나 그룹의 후광 효과가 있는 기업에만 자금이 몰리고 있다.

회사채 양극화…초우량 기업에만 몰린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나에프앤아이(A급)는 이날 열린 8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622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신세계푸드(A+급)도 500억원어치 모집에 총 1950억원을 확보했다. 신용도가 낮은 비우량채지만 하나금융그룹과 신세계그룹의 후광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비슷한 업종 내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 17일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LG화학(AA+급)은 4000억원어치 모집에 3조8750억원의 주문이 몰렸다.

반면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떨어진 효성화학(A급)은 단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다. 신세계(AA급)는 16일 1000억원어치 회사채 모집에 1조695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오며 흥행했지만, 호텔롯데(AA-급)는 1500억원어치 모집에 5390억원이 들어오는 데 그쳤다.

경기 침체 우려가 큰 상황에서 기관투자가의 잣대가 깐깐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같은 업종, 같은 신용등급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에 쏠리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연초부터 쏟아져나온 우량채가 기관투자가의 수요를 선점한 것도 양극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자금 조달이 시급한 비우량 등급 기업들은 사모채 시장으로 우회하고 있다. 실적 악화로 매각설에 휘말린 SK매직(A+급)은 13일 1년물 사모채(200억원어치)를 연 6.5% 금리로 발행했다. 지난해 하반기 공모채 미매각 사태를 겪은 SK렌터카(A급)도 같은 날 2년물 사모채(200억원어치)를 찍었다.

한 대형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연초가 지나면 기관들이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며 “매입 대상이 AA급으로 한정된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지원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