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와인' 찾아 세계 누빈 그녀…佛 와인기사 작위 받았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Zoom In
김유미 GS리테일 와인바이어
"편의점이 무슨 와인을" 눈총에도
20년간 와인 문턱 낮추려 노력
"갓 성인된 20대 소비자에게
소주대신 먼저 와인 맛보게 할 것"
김유미 GS리테일 와인바이어
"편의점이 무슨 와인을" 눈총에도
20년간 와인 문턱 낮추려 노력
"갓 성인된 20대 소비자에게
소주대신 먼저 와인 맛보게 할 것"
‘코망드리’는 프랑스 보르도와인협회가 수여하는 프랑스 3대 와인 기사 작위 중 하나다. 보르도 와인 발전에 기여했거나 와인과 관련해 영향력·전문성을 인정받은 인물에게 수여한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등이 이 기사 작위를 받았다.
올해 국내 편의점업계에서 코망드리 기사 작위를 받은 인물이 나와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 화제다. 김유미 GS리테일 와인바이어(39·사진)가 주인공이다. 국내 편의점업계에서 이 작위를 받은 건 그가 처음이다.
김 바이어는 지난 16일 보르도에서 기사 작위를 받았다. 그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GS리테일이 2000년대 초반부터 와인 관련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달콤한 열매로 돌아온 것 같다”고 했다.
김 바이어는 와인업계에서 이단아로 통한다. 한국에서 와인이 사치품이자 상류층의 취미생활 정도로 여겨질 때부터 그는 대중화를 위해 노력했다.
2016년 그가 편의점업계 최초로 와인 전문 바이어가 됐을 때 업계에선 “GS리테일이 미쳤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김 바이어는 “당시는 GS리테일의 점포당 평균 와인 매출이 2500원에 불과하던 시절”이라며 “‘편의점에 와인바이어가 왜 필요하냐’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 마음고생도 했다”고 회상했다.
김 바이어는 이런 우려의 시선을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와인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지만, 품질은 우수한 와인을 찾기 위해 세계 각국을 돌았다.
그가 와인바이어가 된 뒤 지금까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거리는 12만㎞에 달한다. 산지를 찾아 지구 세 바퀴를 돈 셈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내놓은 대표적 와인이 호주산 네이처사운드 시리즈다. 1만~2만원대에 훌륭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이 상품은 누적 판매량이 120만 병(한 병에 750mL)을 넘어섰다.
김 바이어의 이 같은 노력은 2030 소비자들이 와인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이번에 코망드리 기사 작위를 받은 것도 이런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란 시각이 많다. 김 바이어는 “와인 종주국인 프랑스도 ‘와인은 올드하다’는 이미지 때문에 고민이 많다”며 “갓 성인이 돼 음주 문화를 접하는 20대 소비자에게 소주 대신 와인을 맛보게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김 바이어는 와인업계에서 편의점 와인의 고급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는 2019년 ‘와인의 여왕’으로 불리는 프랑스 명품 와인 샤토 마고 2000년 빈티지를 들여와 완판에 성공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한 병에 100만원에 달하는 샤토 마고를 편의점에서 판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샤토 마고 매입을 결정할 때 ‘안 팔리면 내가 다 사고,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에 퇴직금 정산을 해보기도 했어요. 샤토 마고 완판은 ‘편의점에선 저렴한 와인만 판다’는 편견을 깬 사건이라 더 기억에 남습니다.”
김 바이어는 ‘국내 소비자가 와인을 좀 더 편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한국에선 와인을 너무 심각하게 바라보고, 공부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예쁜 라벨에 끌려서 와인을 구매하면 어떤가요. 나만 좋으면 되죠. 와인에 빠지는 데 주변 눈치 볼 필요 전혀 없습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올해 국내 편의점업계에서 코망드리 기사 작위를 받은 인물이 나와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 화제다. 김유미 GS리테일 와인바이어(39·사진)가 주인공이다. 국내 편의점업계에서 이 작위를 받은 건 그가 처음이다.
김 바이어는 지난 16일 보르도에서 기사 작위를 받았다. 그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GS리테일이 2000년대 초반부터 와인 관련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달콤한 열매로 돌아온 것 같다”고 했다.
김 바이어는 와인업계에서 이단아로 통한다. 한국에서 와인이 사치품이자 상류층의 취미생활 정도로 여겨질 때부터 그는 대중화를 위해 노력했다.
2016년 그가 편의점업계 최초로 와인 전문 바이어가 됐을 때 업계에선 “GS리테일이 미쳤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김 바이어는 “당시는 GS리테일의 점포당 평균 와인 매출이 2500원에 불과하던 시절”이라며 “‘편의점에 와인바이어가 왜 필요하냐’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 마음고생도 했다”고 회상했다.
김 바이어는 이런 우려의 시선을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와인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지만, 품질은 우수한 와인을 찾기 위해 세계 각국을 돌았다.
그가 와인바이어가 된 뒤 지금까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거리는 12만㎞에 달한다. 산지를 찾아 지구 세 바퀴를 돈 셈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내놓은 대표적 와인이 호주산 네이처사운드 시리즈다. 1만~2만원대에 훌륭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이 상품은 누적 판매량이 120만 병(한 병에 750mL)을 넘어섰다.
김 바이어의 이 같은 노력은 2030 소비자들이 와인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이번에 코망드리 기사 작위를 받은 것도 이런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란 시각이 많다. 김 바이어는 “와인 종주국인 프랑스도 ‘와인은 올드하다’는 이미지 때문에 고민이 많다”며 “갓 성인이 돼 음주 문화를 접하는 20대 소비자에게 소주 대신 와인을 맛보게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김 바이어는 와인업계에서 편의점 와인의 고급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는 2019년 ‘와인의 여왕’으로 불리는 프랑스 명품 와인 샤토 마고 2000년 빈티지를 들여와 완판에 성공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한 병에 100만원에 달하는 샤토 마고를 편의점에서 판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샤토 마고 매입을 결정할 때 ‘안 팔리면 내가 다 사고,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에 퇴직금 정산을 해보기도 했어요. 샤토 마고 완판은 ‘편의점에선 저렴한 와인만 판다’는 편견을 깬 사건이라 더 기억에 남습니다.”
김 바이어는 ‘국내 소비자가 와인을 좀 더 편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한국에선 와인을 너무 심각하게 바라보고, 공부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예쁜 라벨에 끌려서 와인을 구매하면 어떤가요. 나만 좋으면 되죠. 와인에 빠지는 데 주변 눈치 볼 필요 전혀 없습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