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넘은 저명한 실내악공연장 위그모어홀서 공연
관객들 기립 박수로 환호…온라인 실황 중계도
임윤찬, 위풍당당한 연주로 영국 무대 화려하게 데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영국 클래식 무대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임윤찬은 18일 저녁(현지시간) 런던의 유서 깊은 실내악 연주장인 위그모어홀에서 리사이틀을 가졌다.

지난해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이 대회 60년 역사상 최연소(만 18세)로 우승한 임윤찬은 클라이번 재단이 제공하는 우승 기념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위그모어홀 무대에 섰다.

1901년 런던 중심가에 문을 연 위그모어홀은 규모는 작지만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실내악 전문 공연장이다.

이곳에서 3년마다 열리는 위그모어홀 국제 현악사중주 콩쿠르는 권위 있는 대회로 정평이 나 있다.

임윤찬이 영국 팬들을 위해 가장 먼저 들고나온 곡은 영국 르네상스 시대 작곡가 존 다울런드(1563~1626)의 '눈물의 파반느'를 작곡가 윌리엄 버드(1538~1623)가 편곡한 버전이었다.

윌리엄 버드는 '영국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음악가로, 버드가 편곡한 곡은 다울랜드가 남긴 원곡의 공간감을 극대화하고 하모니의 풍부한 질감을 잘 살린 명곡으로 꼽힌다.

임윤찬은 몽환적이면서 시적인 이 곡의 매력을 십분 살려 특유의 섬세하고도 서정적인 연주를 선보였다.

온라인 실황 중계 해설을 맡은 영국의 음악평론가 마이클 화이트는 "임윤찬에게 이 곡을 택한 이유를 물었더니 '윌리엄 버드가 가장 위대한 영국 작곡가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다음 곡은 바흐의 '신포니아'였다.

지난달 10일 예술의전당 독주회에서 이미 선보인 레퍼토리로, 임윤찬은 희로애락을 오가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의 폭넓은 진폭을 섬세하고도 격정적인 터치로 전했다.

임윤찬은 인터미션 후에는 베토벤의 '7개의 바가텔'에 이어 '에로이카 변주곡'을 선사했다.

또렷하고 정확한 타건으로 청량감을 살린 위풍당당한 연주에 객석은 숨을 죽였고, 연주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환호성과 함께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해설자 마이클 화이트는 특히 임윤찬의 에로이카 변주곡에 대해 "영화를 보는 듯한 위풍당당함(cinemascopic panache)으로 연주했다"면서 "분명 관객들은 이 믿을 수 없는 젊은 연주자의 연주를 직접 본 것을 매우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윤찬은 이어 앙코르곡으로 서정성이 돋보이는 바흐의 칸타타 '예수, 인류 소망의 기쁨'과 리스트의 '사랑의 꿈'도 선사했다.

런던 데뷔 무대를 성공리에 마친 임윤찬은 유럽에서 반 클라이번 우승기념 월드투어를 이어간다.

이달 이탈리아 토리노, 밀라노, 로마에서 잇따라 리사이틀을 연 뒤에는 내달 2일에는 프랑스 파리의 복합문화공간인 루이뷔통재단미술관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