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공인중개사무소 전경 / 사진=한경DB
서울에 있는 공인중개사무소 전경 / 사진=한경DB
사실상 개점 휴점 상태던 서울 마포구에서 매매 거래 재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금리 급등과 집값 하락 전망에 선뜻 매수에 나서기를 꺼렸던 실수요자들이 정부의 과감한 규제 완화를 계기로 거래 시장에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공덕더샵은 올 들어 첫 거래를 앞두고 있다. 이 단지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단 한건의 거래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정부의 '1·3 부동산 대책' 이후 잠재 실수요자들의 문의가 몰리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들의 설명이다.

이달 들어 이 단지의 매매 호가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의 경우 16억원대 중후반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실거래가 이뤄진 17억7000만원(18층)보다 1억원 가량 낮지만 지난해 하반기 15~20% 이상 급락한 매매 호가에 비해선 회복된 수준이다. 인근 공덕파크자이 등 마포구에 있는 대다수 아파트 단지에서도 호가 급락세가 잦아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좀체 살아나지 못했던 매수 심리가 꿈틀거린다는 시각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정부가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역을 규제 지역에서 푼 만큼 거래 시장의 온기가 조금씩 돌고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직주근접의 특징이 있어 교통망이 좋고 도심, 여의도 등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잠재 수요가 꾸준했던 마포구 등 주요 지역에서부터 이같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정부가 재건축, 대출, 분양 등 전방위 부동산 규제 완화를 결정한 이후 하루 수십통씩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아직 매도자와 매수자 간 원하는 가격에 차이가 있어 '눈치 보기' 장세가 여전하지만 소폭의 가격 조정만 이뤄져도 매수를 하겠다는 대기자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주요 입지에서 매매 가격 급락세가 완화하는 조짐이 보이면서 올해 집값이 '바닥 다지기'에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다만 절대 수준이 높아진 대출금리와 경기 둔화 우려가 관건으로 꼽힌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주요 입지에선 당분간 매매 거래에 규제 완화 관련 기대감이 반영될 수 있지만 거래 활성화로까지 이어지기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와 금리 부담,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며 "정부 정책의 온기가 전반적으로 퍼지고 주택 시장 냉각기가 풀리기까진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