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치 여부 놓고 시민 합의 못 이뤄…반발 지속
인천 부평미군기지 내 일제 병원 건물, 철거로 '가닥'
일제강점기 일본군 무기공장 '조병창'의 병원으로 쓰인 인천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 내 건물이 결국 철거된다.

인천시는 지난해 잠정 중단된 캠프마켓 B구역 내 토양 정화 작업을 재개해 줄 것을 국방부에 요청할 방침이라고 19일 밝혔다.

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법률적 책임과 문화재청 판단, 사회적 비용, 시민 의견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인천시 부평구 캠프마켓 B구역에 있는 1천324㎡ 규모의 조병창 병원 건물을 철거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철거 계획에 반발하고 인천시도 철거 중단 요청 공문을 보내자 해당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시는 지난달부터 3차례에 걸쳐 조병창 병원 건물 관련 소통 간담회를 열었으나, 지역 사회의 합의를 이끌진 못했다.

철거 찬성 측은 건축물 원형이 훼손돼 보존 가치가 떨어지고 다수 주민이 철거를 원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은 건축물을 존치하면서 기술적으로 완전한 토양 정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시가 최종 의견을 내놓자 건물 보존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인천 부평미군기지 내 일제 병원 건물, 철거로 '가닥'
'일본육군조병창 역사문화생태공원 추진협의회'는 이날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는 시민 의견을 수렴해 조병창 병원 건물 존치 여부를 결정하라"며 "이를 위한 민관협의기구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협의회는 또 "3차 소통간담회 당시 (의견 수렴을 위한) 전수조사와 투표 방식 등 구체적인 여론 조사 방식에 합의를 이뤘으나, 시가 인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철거를 주장하는 '캠프마켓 부평숲 주민추진위원회'는 "간담회 과정에서 나온 개인의 의견일 뿐 양측이 합의한 내용은 아니다"라며 "인천시의 방침을 존중한다"고 반박했다.

앞서 이 건물은 하부 토양에서 오염 우려 기준(500㎎/㎏)을 초과한 석유계총탄화수소(TPH) 농도가 측정되며 존치 논란에 휩싸였다.

시는 국방부·문화재청과 3자 논의 과정에서 건물 원형을 보존하는 동시에 법이 정한 기간인 2023년에 맞춰 토양 정화를 끝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건물을 철거하되 주요 부자재 보존과 기록화 작업 등으로 병원 건물의 가치를 최대한 보전하는 방향으로 기관별 합의를 이룬 바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 육군의 무기 제조공장이었던 인천 조병창은 국내 강제 동원의 대표적 시설이다.

조병창에 강제 동원됐던 노무자들의 구술에 따르면 조병창 병원에는 내과·외과·이비인후과·피부과 등이 있었다.

이 건물은 1945년 해방 이후 미군과 한국군 병원으로 사용됐으며 나중에는 주한미군의 숙소와 클럽으로 활용됐다.

인천 부평미군기지 내 일제 병원 건물, 철거로 '가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