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탕 소주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주류업계 놀란 이유
편의점들이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초스피드로 ‘단독 기획’ 상품을 내놓고 있다. 유통·식품업계에선 주요 편의점들의 상품 기획 역량 및 출시속도에 깜짝 놀라는 분위기다. 편의점 업계에선 상품 선택에 능동적인 2030세대가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입지보다 제품 기획력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스피드로 트렌드 좇는 편의점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무설탕 소주 ‘40240 독도소주 제로슈거(375mL)’를 단독 판매한다고 19일 발표했다. 이 제품은 울릉도 해저 1500m에서 추출한 해양심층수를 활용해 만든 증류식 소주다. 당류를 제거해 칼로리(㎈)를 기존 제품(100mL당 128㎈ )보다 낮은 97㎈로 맞췄다.

주류업계에선 BGF리테일이 무설탕 소주를 내놓은 속도에 적지 않게 놀라는 분위기다. 최근 국내에 무설탕 소주 열풍을 불러온 건 롯데칠성음료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9월 무설탕 소주 ‘처음처럼 새로’를 처음 선보였다. 새로는 “칼로리가 낮고, 뒷맛이 깔끔하다”는 입소문을 타고 지난해 말부터 판매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자 소주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도 ‘진로이즈백’을 무설탕 컨셉트로 리뉴얼해 지난 9일에 첫 출고했다. 한 주류업체 관계자는 “자체 제조 능력이 없는 유통사가 메이저 주류회사들의 공세에 이렇게 빠르게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주류 기획 전담 TF 만들어

BGF리테일은 지난해 말 주류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이 조직은 ‘곰표 맥주’ 신화를 썼던 이승택 주류 TF장이 이끈다. 시장의 변화를 파악하고, 발 빠르게 신제품을 기획해 선보이는 역할을 맡았다.

BGF리테일은 생산설비가 없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전국의 중소규모 양조장과 끈끈한 네트워크를 쌓고 있다. 술의 품질을 좌우하는 제품 개발과 생산은 오랜 노하우를 가진 양조장에 맡기고, BGF리테일은 기획과 마케팅을 전담한다.

BGF리테일 주류 TF팀이 관리하는 중소 양조장은 전국적으로 150여곳에 달한다. ‘곰표 맥주’ ‘빛소주’ ‘어프어프 하이볼’ 등 CU의 단독 기획 상품이 최근 연이어 성공을 거둔 배경이다.

라이벌 GS리테일은 코로나19 이후 인기가 높아진 가정간편식(HMR)을 공략대상으로 찍었다. 상품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해 11월 말 HMR 부문을 신설했다.

기획상품이 편의점 실적 좌우

편의점업체들이 기획상품 개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실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요즘 편의점 주고객인 10대 청소년과 2030 소비자들은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먼 거리에 있는 편의점이라도 찾아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주변 편의점에 잠깐 들러 아무 상품이나 집어 드는 고객이 많았던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특히 주류의 경우 술을 사러 온 소비자가 다른 상품을 함께 구매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도 각 편의점이 상품기획 역량을 끌어올리게 된 원인으로 꼽힌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CU를 찾아 맥주를 구매한 소비자가 다른 제품을 함께 구매한 비율이 80%에 달한다. 10명 중 8명은 안줏거리 등을 함께 사 갔다는 얘기다.

박종관/이미경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