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종 회장 "다들 몸사리지만…야마하는 신사업으로 판 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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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갑종 오리엔트골프 회장
골프의류 사업 본격 진출
"골프의류는 단순한 패션 아닌
스코어에 도움 주는 골프용품
골프채로 韓서 신뢰 쌓은 만큼
야마하 의류도 충분히 통할 것"
日 본사도 설득한 '마케팅 귀재'
1996년 야마하 한국에 들여온뒤
톡톡 튀는 마케팅 아이디어로
골프용품 업계 강자로 '우뚝'
골프의류 사업 본격 진출
"골프의류는 단순한 패션 아닌
스코어에 도움 주는 골프용품
골프채로 韓서 신뢰 쌓은 만큼
야마하 의류도 충분히 통할 것"
日 본사도 설득한 '마케팅 귀재'
1996년 야마하 한국에 들여온뒤
톡톡 튀는 마케팅 아이디어로
골프용품 업계 강자로 '우뚝'
야마하는 한국과 일본 골프용품업계에서 ‘연구 대상’으로 꼽힌다. 머리는 일본에 있지만 몸통은 한국에 있는 독특한 형태인데도 남들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서다. 이런 식이다. 본사는 일본에 있지만, 매출은 한국에서 더 많이 나온다. 제작은 일본에서 하지만, 기술개발 방향은 한국에서 훈수를 둔다. 글로벌 홍보와 마케팅 전략도 한국과 일본이 함께 세운다.
여기서 한국은 야마하골프의 한국 에이전시인 오리엔트골프다. 업종을 불문하고 글로벌 브랜드의 일개 에이전시가 본사의 명령을 따르지 않거나 거스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오리엔트골프는 다르다. 본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한국 판매상’이 아니라 ‘한국 실정에 맞는 클럽을 만들어달라’고 수시로 요구하는, 대등한 위치에 있는 파트너여서다. 이렇게 글로벌 브랜드인데도 ‘한국인들에게 잘 맞는 골프채’를 내놓은 덕분에 오리엔트골프는 국내 골프용품업계에서 ‘꿈의 숫자’로 부르는 매출 1000억원을 넘겼다. 2020년 363억원에서 2년 만에 세 배가 됐다.
이갑종 오리엔트골프 회장(72)은 이런 독특한 형태의 협업 모델을 설계하고, 아귀가 맞게 굴러가도록 조율하는 사람이다. 일본 본사도 1996년 야마하골프를 한국에 처음 들여와 이만큼 키운 그를 성장의 일등 공신으로 꼽는다. 그래서 본사도 시도하지 못한 신사업을 그에게 맡겼다.
이 회장은 19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최근 일본 본사와 의류사업 진출 관련 협약을 맺었다”며 “클럽에서 거둔 성공 스토리를 의류에서도 써 내려 가겠다”고 했다. 왜 하필 지금일까. 젊은 골퍼들을 잡겠다며 지난 2~3년간 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난 골프의류업계는 ‘곡소리’가 나올 정도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데.
이 회장은 “야마하이기 때문에 내릴 수 있었던 결정”이라고 했다. 그는 “골프의류는 단순한 패션 아이템이 아니라 스코어에 도움을 주는 골프용품”이라며 “야마하는 그동안 골프채를 통해 한국 골퍼들에게 ‘믿을 수 있는 브랜드’란 이미지를 쌓은 만큼 시장이 어려워도 선택받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1~2년 전만 해도 다들 ‘골프의류를 안 하면 바보’라고 했고, 패션회사에서 협업도 제의했지만 모두 거부했다”며 “그때만 해도 골프의류의 본질을 꿰뚫지 못해 야마하로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이 골프의류 사업의 성공을 자신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본사도 접으려고 했던 여성용 클럽을 ‘효자 품목’으로 만드는 등 수많은 성공을 체험해서다. 이 회장은 2018년 무렵 “여성 골프시장이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며 본사를 설득했고, 그 덕분에 오히려 여성용 클럽 제품군이 확대됐고 디자인도 개선됐다. 이 회장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은 곧 판명났다. 2020년부터 세계적으로 골프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야마하 여성 라인이 ‘대박’을 터뜨린 것. 기존 ‘가성비 좋은 브랜드’에서 ‘대중적인 명품’으로 이미지도 좋아졌다. 골프클럽 렌털 서비스 등 그가 제안한 차별화 마케팅도 한몫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골프채 렌털 프로그램을 처음 내놓는 등 ‘아이디어 뱅크’로 통한다”며 “마케팅 아이디어가 떨어지면 이 회장의 집무실에 꽂혀 있는 메모를 훔쳐보면 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고 했다.
야마하는 ‘골프 빙하기’가 감지되고 있는 올해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최근 배우 이민정을 브랜드 모델로 영입한 데 이어 여성 골퍼들을 위한 클럽 대여 서비스 ‘야마하 렌탈 부티크’ 등을 시작한다. 1년에 마케팅용으로만 드라이버 3000여 개를 써야 하는 만큼 눈앞의 이익만 생각해선 선뜻 나설 수 없는 시도다. 이 회장은 “당장 손해 봐도 소비자에게 만족감을 주면 언젠가 더 큰 선물로 되돌아온다”며 “긴 호흡으로 골퍼들과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여기서 한국은 야마하골프의 한국 에이전시인 오리엔트골프다. 업종을 불문하고 글로벌 브랜드의 일개 에이전시가 본사의 명령을 따르지 않거나 거스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오리엔트골프는 다르다. 본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한국 판매상’이 아니라 ‘한국 실정에 맞는 클럽을 만들어달라’고 수시로 요구하는, 대등한 위치에 있는 파트너여서다. 이렇게 글로벌 브랜드인데도 ‘한국인들에게 잘 맞는 골프채’를 내놓은 덕분에 오리엔트골프는 국내 골프용품업계에서 ‘꿈의 숫자’로 부르는 매출 1000억원을 넘겼다. 2020년 363억원에서 2년 만에 세 배가 됐다.
이갑종 오리엔트골프 회장(72)은 이런 독특한 형태의 협업 모델을 설계하고, 아귀가 맞게 굴러가도록 조율하는 사람이다. 일본 본사도 1996년 야마하골프를 한국에 처음 들여와 이만큼 키운 그를 성장의 일등 공신으로 꼽는다. 그래서 본사도 시도하지 못한 신사업을 그에게 맡겼다.
이 회장은 19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최근 일본 본사와 의류사업 진출 관련 협약을 맺었다”며 “클럽에서 거둔 성공 스토리를 의류에서도 써 내려 가겠다”고 했다. 왜 하필 지금일까. 젊은 골퍼들을 잡겠다며 지난 2~3년간 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난 골프의류업계는 ‘곡소리’가 나올 정도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데.
이 회장은 “야마하이기 때문에 내릴 수 있었던 결정”이라고 했다. 그는 “골프의류는 단순한 패션 아이템이 아니라 스코어에 도움을 주는 골프용품”이라며 “야마하는 그동안 골프채를 통해 한국 골퍼들에게 ‘믿을 수 있는 브랜드’란 이미지를 쌓은 만큼 시장이 어려워도 선택받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1~2년 전만 해도 다들 ‘골프의류를 안 하면 바보’라고 했고, 패션회사에서 협업도 제의했지만 모두 거부했다”며 “그때만 해도 골프의류의 본질을 꿰뚫지 못해 야마하로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이 골프의류 사업의 성공을 자신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본사도 접으려고 했던 여성용 클럽을 ‘효자 품목’으로 만드는 등 수많은 성공을 체험해서다. 이 회장은 2018년 무렵 “여성 골프시장이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며 본사를 설득했고, 그 덕분에 오히려 여성용 클럽 제품군이 확대됐고 디자인도 개선됐다. 이 회장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은 곧 판명났다. 2020년부터 세계적으로 골프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야마하 여성 라인이 ‘대박’을 터뜨린 것. 기존 ‘가성비 좋은 브랜드’에서 ‘대중적인 명품’으로 이미지도 좋아졌다. 골프클럽 렌털 서비스 등 그가 제안한 차별화 마케팅도 한몫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골프채 렌털 프로그램을 처음 내놓는 등 ‘아이디어 뱅크’로 통한다”며 “마케팅 아이디어가 떨어지면 이 회장의 집무실에 꽂혀 있는 메모를 훔쳐보면 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고 했다.
야마하는 ‘골프 빙하기’가 감지되고 있는 올해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최근 배우 이민정을 브랜드 모델로 영입한 데 이어 여성 골퍼들을 위한 클럽 대여 서비스 ‘야마하 렌탈 부티크’ 등을 시작한다. 1년에 마케팅용으로만 드라이버 3000여 개를 써야 하는 만큼 눈앞의 이익만 생각해선 선뜻 나설 수 없는 시도다. 이 회장은 “당장 손해 봐도 소비자에게 만족감을 주면 언젠가 더 큰 선물로 되돌아온다”며 “긴 호흡으로 골퍼들과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