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TV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누나’로 유명해진 여행지 동유럽의 크로아티아가 올해부터 유로화를 사용한다. 당장 크로아티아로 떠나고 싶은 외국인 입장에서 복잡한 환전 절차가 사라져 환영할 일이지만 크로아티아 내부에서는 마냥 반기지만은 않는 분위기다. 유로화 때문에 물가가 뛴다는 이유에서다.

18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크로아티아인들이 지난 1일 유로화 도입 이후 물가가 오르고 있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고 전했다.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 거리를 걷다보면 겨울에도 카페 테라스가 꽉 차 있을 정도로 크로아티아인들의 커피에 대한 애정은 남다른데, 그런 그들의 입에서 치솟는 물가 때문에 커피에서 쓴 맛이 난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한 시민은 “방금 커피 두 잔과 콜라 한 잔에 6유로(약 8000원)를 지불했다”며 “너무 비싸 충격 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도 이 같은 반응에 동의했다. “물가 상승은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됐다”며 “이런 상황을 만든 정부의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소비자단체들은 카페 뿐만 아니라 각종 소매업·서비스업 기업들이 이를 악용해 가격을 올렸다고 지적했다.

반론도 있다. 자그레브의 광장의 카페에서 일하는 바텐더는 “유로화가 도입되기 전부터 이미 유로화로 가격을 표시했고 사람들은 우리가 너무 비싸다고 하지만 작년과 같은 가격”이라고 항변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크로아티아 정부가 나섰다. 정부는 최근 소매업자들에게 부당한 가격 인상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로화를 도입한 이후 가격을 인상한 모든 사업체에 지난해 12월31일 수준으로 가격을 원상복구 하라고 명령했다. 지키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당국은 일주일 동안 거의 200곳의 위반업체를 적발했다.

한편 보리스 부이치치 크로아티아 중앙은행(HNB) 총재는 “1994년 유통된 쿠나(크로아티아 화폐)의 포기하는 것은 합리적인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크로아티아의 지난해 11월 물가상승률은 13.5%로 유로존(10%)보다 높았다. 유로화를 쓰게 되면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올해부터 회원국끼리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솅겐 조약’에도 편입되면서 크로아티아 정부는 관광업 회복과 함께 경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