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도 빠듯해요"…월세에서 '주세' 내몰리는 2030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강남 오피스텔서 월세 넘어선 '주세' 확산
보증금 없어 사기 위험·초기 부담도 적어
전·월세보다 높은 임대료…"가격 잘 따져야"
보증금 없어 사기 위험·초기 부담도 적어
전·월세보다 높은 임대료…"가격 잘 따져야"
"모아둔 돈이요? 주식이랑 코인으로 삭제당했죠. 수천만원 보증금을 대출받기도 부담입니다."
올해 서른이 된 직장인 박모씨는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오피스텔 주세를 알아보고 있다. 직장생활 4년 차인 박씨는 10년 동안 지내온 동작구 흑석동 대학가 원룸촌을 떠나 회사 근처 오피스텔에서 지내려고 한다. 다만 오피스텔 전월세 보증금을 낼 돈은 없다.
그는 "반지하에 살며 악착같이 모은 돈을 주식과 코인에 넣었다가 '강제 존버(수익이 날 때까지 매도하지 않고 버티기)'를 하고 있다"면서도 "이제는 오피스텔에서 햇볕 쬐며 살고 싶은데 목돈은 없으니 주세로 눈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주세가 늘어나고 있다. 주세는 보증금이 없이 한 주 단위로 임대료를 내는 주거 방식이다. 기존에도 보증금을 최소화한 단기 임대 매물이 있었지만, 보증금이 아예 없는 건 주세 뿐이다.
이들 오피스텔은 주세보다 전세나 월세로 빌리는 편이 저렴하다. A 오피스텔 같은 면적의 전세 시세는 2억원, 월세 시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85만원 내외로 형성됐다. 금리 6%를 적용해 보증금을 전액 대출한다고 가정해도 전세는 매달 100만원, 월세는 매달 90만원을 부담해 주세보다 저렴하다. B 오피스텔도 2억5000만원이면 전세를 구할 수 있다. 전액 대출을 가정해도 월 이자는 125만원에 그친다. 주세를 찾는 이들은 누굴까. 공인중개사들은 2030세대들이 주로 주세로 들어갈 집을 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정을 들어보면 앞서 박씨와 같이 암호화폐와 주식 등 목돈을 날리거나 대출을 줄이려는 이들이다.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억대에 달하는 전·월세 보증금을 날렸거나 다시 모을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대출을 받자니 금리가 발목을 잡는다. 지난해 1월 1%였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현재 3.5%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연 3%대였던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연 6%대까지 치솟았다. 이자만 두 배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부담에 2030 세대는 전세에서 월세로, 다시 월세에서 주세로 밀려나고 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주세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보증금은 안 받는 대신 임대료를 더 받으면 이자 부담과 보유세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 주세는 임대차보호법도 적용되지도 않는다. 계약갱신청구권 등으로 계약 기간의 구애를 받거나 임대료 인상 폭이 제한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전세 계약을 앞두고 임차인 공백기가 있을 때 단기간 수익 내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주세의 영역은 오피스텔 밖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현대3차' 아파트에서도 전용 84㎡짜리 주세 매물이 나와 있다. 임대료가 한 주에 80만원인 이 아파트는 2월 예약이 모두 마감된 상태다. 이 아파트 같은 면적의 전세 시세는 8억~9억원, 월세는 보증금 1억원에 월 300만원 내외로 형성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주세 계약에서 임차인이 사기 피해를 볼 가능성은 작지만, 월세나 전세에 비해 가격이 비싼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은 "최근 강남 등지에서 주세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주세도 단기 임대의 일종이지만, 거주기간이 통상 3개월을 넘지 않기에 전입신고를 받아주지 않는 임대인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증금이 없기에 임차인 피해 예방에는 좋지만 전·월세에 비해 주거 부담이 크다"며 "월세로 100만원을 받을 곳이라면 주세는 40만원 수준으로 책정하는 경우가 많기에 가격대가 적정한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올해 서른이 된 직장인 박모씨는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오피스텔 주세를 알아보고 있다. 직장생활 4년 차인 박씨는 10년 동안 지내온 동작구 흑석동 대학가 원룸촌을 떠나 회사 근처 오피스텔에서 지내려고 한다. 다만 오피스텔 전월세 보증금을 낼 돈은 없다.
그는 "반지하에 살며 악착같이 모은 돈을 주식과 코인에 넣었다가 '강제 존버(수익이 날 때까지 매도하지 않고 버티기)'를 하고 있다"면서도 "이제는 오피스텔에서 햇볕 쬐며 살고 싶은데 목돈은 없으니 주세로 눈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주세가 늘어나고 있다. 주세는 보증금이 없이 한 주 단위로 임대료를 내는 주거 방식이다. 기존에도 보증금을 최소화한 단기 임대 매물이 있었지만, 보증금이 아예 없는 건 주세 뿐이다.
보증금 없는 주세…강남 등지 오피스텔서 청년층 대상 확산
강남구 대치동의 A 오피스텔에서는 온라인 부동산 거래 커뮤니티를 통해 전용 32㎡(약 10평) 원룸이 주당 43만원에 주세 매물로 나와 있다. 별도의 보증금은 없다. 한 달 임대하면 172만원이 드는데, 인기가 높아 내달 말까지 예약이 가득 찼다. 서초구 방배동의 B 오피스텔은 전용 28㎡(약 9평) 원룸이 주당 40만원이다. 한 달을 빌리면 160만원이 드는 셈인데 4월 초까지 예약이 잡혀있다.이들 오피스텔은 주세보다 전세나 월세로 빌리는 편이 저렴하다. A 오피스텔 같은 면적의 전세 시세는 2억원, 월세 시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85만원 내외로 형성됐다. 금리 6%를 적용해 보증금을 전액 대출한다고 가정해도 전세는 매달 100만원, 월세는 매달 90만원을 부담해 주세보다 저렴하다. B 오피스텔도 2억5000만원이면 전세를 구할 수 있다. 전액 대출을 가정해도 월 이자는 125만원에 그친다. 주세를 찾는 이들은 누굴까. 공인중개사들은 2030세대들이 주로 주세로 들어갈 집을 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정을 들어보면 앞서 박씨와 같이 암호화폐와 주식 등 목돈을 날리거나 대출을 줄이려는 이들이다.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억대에 달하는 전·월세 보증금을 날렸거나 다시 모을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대출을 받자니 금리가 발목을 잡는다. 지난해 1월 1%였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현재 3.5%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연 3%대였던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연 6%대까지 치솟았다. 이자만 두 배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부담에 2030 세대는 전세에서 월세로, 다시 월세에서 주세로 밀려나고 있다.
보증금 없으니 사고 우려도 없어…"전월세보다 비싼 임대료 주의"
장점도 있다. 보증금을 내지 않으니 임차인이 전세 사기와 같은 사고를 당할 우려가 없다. 고금리 시대 대출 이자 부담도 피할 수 있다. 전세를 대신해 월세가 증가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임대인 입장에서는 주세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보증금은 안 받는 대신 임대료를 더 받으면 이자 부담과 보유세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 주세는 임대차보호법도 적용되지도 않는다. 계약갱신청구권 등으로 계약 기간의 구애를 받거나 임대료 인상 폭이 제한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전세 계약을 앞두고 임차인 공백기가 있을 때 단기간 수익 내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주세의 영역은 오피스텔 밖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현대3차' 아파트에서도 전용 84㎡짜리 주세 매물이 나와 있다. 임대료가 한 주에 80만원인 이 아파트는 2월 예약이 모두 마감된 상태다. 이 아파트 같은 면적의 전세 시세는 8억~9억원, 월세는 보증금 1억원에 월 300만원 내외로 형성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주세 계약에서 임차인이 사기 피해를 볼 가능성은 작지만, 월세나 전세에 비해 가격이 비싼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은 "최근 강남 등지에서 주세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주세도 단기 임대의 일종이지만, 거주기간이 통상 3개월을 넘지 않기에 전입신고를 받아주지 않는 임대인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증금이 없기에 임차인 피해 예방에는 좋지만 전·월세에 비해 주거 부담이 크다"며 "월세로 100만원을 받을 곳이라면 주세는 40만원 수준으로 책정하는 경우가 많기에 가격대가 적정한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