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나쁜 뉴스는 나쁜 뉴스"…다우, 올해 마이너스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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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미 동부시간) 아침 8시 30분에 나온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14일)는 이전 주보다 1만5000건 감소한 19만 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예상 21만5000건보다 훨씬 적을 뿐 아니라 지난해 9월 이후 최저 수준입니다. 노동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2019년 평균 22만 건보다 크게 낮습니다. 이런 낮은 수치는 노동시장이 여전히 타이트하다는 뜻이고, 임금 상승세도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매의 발톱을 곧추세우고 있는 미 중앙은행(Fed)을 더욱 자극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안다의 에드 모야 분석가는 ”거대 기술기업들의 정리 해고에도 불구하고 고용은 여전히 뜨겁다. Fed가 편안하게 금리 인상을 멈출 수 있도록 하려면 노동시장이 무너져야 한다. 실업률이 4% 이상으로 큰 폭으로 상승하지 않는다면 추가 금리 인상 위험이 테이블 위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경제 지표들은 예상보다는 좋았지만, 시장이 반색할 정도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12월 주택 신규착공 건수는 예상(-1.6%)만큼은 아니지만 1.4% 줄었습니다. 4개월 연속 감소세입니다. 착공 허가는 낙관적 기대에도 불구하고 5% 감소했습니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의 제조업 지수는 -13.7에서 -8.9로 개선됐지만 5개월 연속 마이너스(위축)권에 머물렀습니다.
오늘 아침 수전 콜린스 보스턴연방은행 총재는 “금리 인상 속도를 더 완만하게 하는 게 좋겠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5% 이상으로 상승해야 할 가능성이 크며 일정 기간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라고도 말했습니다. 비둘기파적이었지만 대다수 Fed 위원과 비슷한 목소리입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다보스포럼에서 가진 CNBC 인터뷰에서 "기준금리가 5%를 웃돌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많은 기저 인플레이션이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는 그렇게 빨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럽에서 나온 유럽중앙은행(ECB) 관계자들의 멘트는 Fed보다 더 매파적이었습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다보스포럼에서 "ECB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시장 베팅은 틀렸다"라며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릴 수 있도록 제한적 영역으로 충분히 오랫동안 경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클라스 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여러 차례 50bp 인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공개된 ECB의 12월 통화정책회의(50bp 인상) 회의록에서도 몇몇 ECB 위원은 75bp 인상에 찬성했고 자산매입액 재투자를 빠르게 감축하는 것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ING는 "매파적 특성은 ECB의 주류 의견이다. 2월 회의에서 또 다른 50bp 금리 인상은 확정된 것처럼 보이며 3월에 또 다른 50bp 인상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근원 인플레이션이 2% 이상인 한 ECB는 금리 인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유로존과 미국 금리 상승을 자극했고, 투자자 심리를 움츠러들게 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오후 5시께 2.6bp 오른 3.40%에 거래됐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3~0.4% 안팎의 내림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하락 폭은 커졌습니다. 나스닥은 오전 11시 40분께 1.5%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월가에서는 "나쁜 뉴스는 나쁜 뉴스"라는 말이 회자했습니다. 파이퍼 샌들러는 "나쁜 뉴스 비관론이 다시 돌아왔다. 우리는 나쁜 거시경제 데이터가 시장에도 부정적이라는 것을 보기 시작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나쁜 거시경제 뉴스가 나온다 해도 Fed의 전환→연착륙으로 이어진다면 굿 뉴스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Fed가 긴축을 고수한다면 나쁜 뉴스는 그야말로 침체가 다가오고 있음을 나타내는 나쁜 뉴스가 될 수 있죠. 제롬 파월 의장이 선호하는 국채 3개월물과 10년물 수익률 곡선의 역전 폭은 100bp를 훌쩍 넘어 역대 최대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를 강하게 경고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게 된다면 증시 상황은 어려워질 것입니다.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글로벌 헤드는 경기 침체가 아직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지금 주가수익비율(P/E) 17배 중반에 이르는 주가는 연착륙을 가정한 수준이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경착륙이 발생하면 주가는 추가 10~20% 하락할 수 있습니다. 콜라노비치는 "경기 침체가 컨센서스이기 때문에(이미 반영됐기 때문에) 시장과 경제적 결과가 더 개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미국 산업주, 비기술 대형주(다우 종목), 유럽 주식은 기본적으로 작년에 보합세를 보였으며 이전 최고가에 근접했다. 지난 가을 이후 20%까지 상승했는데, 이는 경기 침체가 현재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콜라노비치는 "작년부터 지금까진 우리는 전례 없는 글로벌 통화 긴축, 에너지 위기, 인플레이션 위기, 지정학적 위기, 이익 감소 및 경기 침체 확률의 상당한 증가를 겪었음을 명심하라"라고 덧붙였습니다.
주요 지수는 오후 1시를 앞두고 조금씩 하락 폭을 줄였습니다. Fed의 대표적 비둘기파인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의 연설이 예정된 때였습니다. 그녀의 발언은 이렇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완만한 성장을 배경으로 매우 높은 수준에서 지난 몇 달 동안 감소하고 있다. 근원 상품 및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의 (둔화하는) 물가 추세, 임금의 일부 감속에 대한 잠재적 징후, 고정된 기대 인플레이션 및 기업들의 마진 압축 등은 우리가 현재 1970년대 스타일의 임금 주도 나선형 물가 상승을 겪고 있지 않다는 확신을 줄 수 있다." →인플레이션 급등은 없다
▶"일자리 감소 없이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연착륙'을 지지하는 증거가 커지고 있다. 총수요의 지속적 완화는 상당한 고용 손실 없이 노동시장의 지속적 완화와 인플레이션 감소를 촉진할 수 있다." →연착륙이 가능하다
▶"작년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의 완전한 영향이 아직 느껴지지 않는다. 파이프라인에 있는 누적된 긴축의 완전한 영향이 여전히 앞에 놓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 →금리 더 많이 올리지 않아도 된다
전반적으로 완화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놀랄만한 새로운 비둘기파적 발언을 한 것은 아닙니다. 또 다른 Fed 위원들처럼 "최근 둔화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상태이다.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이 2%로 돌아가게 하려면 한동안 충분히 제약적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브레이너드의 발언을 전후해 주가 하락 폭은 축소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브레이너드 발언이 특별히 비둘기파적이라고 보긴 어려웠지만 뭔가 희망을 찾는 투자자들에게 일부 걱정을 덜어준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장 후반이 되자 다시 하락 폭이 커졌습니다. 다우와 S&P500 지수는 각각 0.76% 하락했고, 나스닥은 0.96%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전반적으로 시장은 모멘텀을 잃은 듯 합니다. 웰스파고의 크리스 하비 전략가는 "S&P500지수가 지난 이틀간 장중 우리의 단기 공정 가치 추정치(4014)를 스쳐 지나간 뒤 미끄러졌고 숨 쉴 틈이 필요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라며 "올해 들어 급격한 랠리를 주도하는 요인(숏커버링, 위험자산 매수, 금리 하락)이 단기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시장이 횡보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에버코어 ISI의 줄리언 에마뉘엘 전략가는 "뉴욕 증시의 새해 초 랠리가 끝났다"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는 "경제 지표의 놀라움이 점점 더 아래쪽으로 발생하고 있다"라면서 "과거 베어마켓은 경기 침체가 시작되기 전에 바닥을 친 적이 없고, 지금 경기 악화는 그런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도록 해준다"라고 말했습니다.
JP모건의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도 "랠리는 끝났나? 지금은 그렇게 보인다. 우리는 올해 초 중립에서 강세에 가까운 시각으로 접근했지만, 디스인플레이션이 컨센서스가 된 가운데 지금 우리는 '나쁜 뉴스를 나쁜 뉴스'로 보는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기술적으로도 S&P500 지수는 3898.85로 마감되어 장기 추세선인 200일 이동평균선(3972)뿐 아니라 단기 추세선인 50일 이동평균선(3921)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펀드스트랫은 "S&P500 지수는 작년 4월 이후 20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이틀 이상 머문 적이 없다. 주가가 그 선을 돌파해 훨씬 위에서 마감되기 전까지는 투자자들이 '어떻게 되나 보자'란 태도를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마이크 산톨리 CNBC 주식 평론가는 "연초 랠리에 대한 차익 시현으로 볼 수도 있다. 지난 두 달간 주가를 받쳐온 떨어지는 금리, 떨어지는 달러라는 두 가지 긍정적 요인은 여전히 살아있다"라고 말했습니다.
4분기 어닝시즌도 상승 모멘텀을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제 장 마감 뒤에 실적을 내놓은 알코아와 올스테이트, 디스커버 파이낸셜, 보네이도 등도 실적이 실망스러웠습니다. 세계적인 알루미늄 회사 알코아의 경우 매출이 1년 전보다 20% 감소했습니다. 또 주당 순손실 70센트가 발생해 1년 전 2.5달러 주당순이익에서 적자 전환했습니다. 알코아는 "낮은 알루미늄 가격과 함께 높은 에너지 및 원자재 비용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디스커버 파이낸셜의 경우 EPS는 3.77달러로 월가 예상을 넘었지만, 자사 신용카드의 4분기 상각률이 2.37%로 상승했다며 대손충당금을 늘렸습니다. 특히 올해 순상각률을 3.50~3.90%로 제시했는데 이는 2022년 1.82%나 월가 예상(2.8%)보다 훨씬 높은 것입니다. 오늘 아침 실적을 공개한 프록터앤드갬블(P&G)은 모두가 주시한 기업입니다. P&G는 강력한 시장지배력과 가격결정력을 가진 세계적인 소비재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P&G는 4분기에도 제품 가격을 또다시 10% 높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제 타이드(Tide)는 13%, 면도기 질레트(Gillette)는 11%, 기저귀 팸퍼스는 8% 올렸습니다. 그래서 4분기 매출(208억 달러), 이익(39억3000만 달러, 주당 1.59달러)은 월가 예상에 부합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각각 전년 대비 1%, 7% 감소한 수치입니다. 4분기 판매 상품의 총량이 6% 줄어든 탓입니다. 분기별 최대 감소 기록입니다.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에 부딪힌 것이지요. 물론 러시아에서의 판매 중단, 중국 내 코로나 확산 등으로 인한 영향도 있습니다. P&G는 올해 EPS가 기존 가이던스의 하한선에 가까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장 마감 뒤 실적을 공개한 넷플릭스도 4분기 실적은 좋지 않았습니다. 매출은 78억5000만 달러(전년 대비 1.9% 증가)로 예상과 같았지만, EPS는 12센트에 그쳐 예상 45센트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다만 글로벌 유로 순 가입자가 766만 명(예상 457만 명)에 달해 희망을 던졌습니다. 이전 분기 순 가입자 240만 명, 기존 가이던스 450만 명보다도 훨씬 많습니다.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에도 가입자 순증을 예상하며, 1분기 말에 계정공유 옵션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순 가입자가 더 빨리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 회장을 맡게 된다고 발표했습니다. 공동 CEO이던 테드 서랜도스와 그레그 피터스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새로운 공동 CEO로 선임됐습니다.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6% 넘게 급등하고 있습니다. 어제 발표된 12월 생산자물가(PPI)가 하락해서 좋은 소식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바이탈 날리지는 "PPI 하락은 인플레이션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기업 실적 측면에서는 더 가격 인상, 부담 전가가 어렵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소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팩트셋은 4분기 S&P500 기업의 이익은 전년 대비 -3.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20년 3분기(-5.7%) 이후 첫 감소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2023년에도 이런 이익 감소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지속해서 실적 추정치를 낮추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로 인해 2023년 1분기와 2분기 이익 추정치도 전년 대비 성장에서 전년 대비 감소로 전환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작년 6월 30일 기준 2023년 1분기 이익 증가율 추정치는 9.6%, 2분기 추정치는 10.3%였는데요. 작년 9월 30일에는 1분기 6.3%, 2분기 5.1%로 떨어졌고, 지금은 1분기 -0.6%, 2분기 -0.7%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부채한도를 둘러싼 걱정도 잠재적 불안 요인입니다. 오늘 연방정부는 부채한도 상한선 31조 4000억 달러를 다 채우게 되고요. 그렇다고 당장 채무 불이행, 부도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재무부는 여전히 Fed에 예치해놓은 일반 계정(TGA)에 남아 있는 자금을 쓸 수 있고, 예고한 대로 예산을 최대한 아끼는 특별조치에 들어가서 예산을 아껴 쓰게 됩니다. 월가는 정부 예산이 다 소진되는 'X date'를 8월 중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부채한도에 합의해야 할 민주당과 공화당 간의 인식 격차가 크다는 점입니다. 공화당은 부채한도 증액과 예산 감축을 연계해 협상하자는 입장이고, 백악관은 이미 발생한 부채를 앞으로 짜게 될 예산과 연계할 수 없다며 협상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모건스탠리의 퀀트 전략팀은 지난 한 해 동안 증시의 가장 중요한 단일 동인은 과잉 유동성이었는데, 이게 곧 더 제약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재무부가 특별조치를 통해 현금을 쌓아두면서 금융시스템 내의 유동성이 한 달에 2000억 달러가량 감소하리라는 것입니다. 한 달에 950억 달러씩 유동성을 빼내고 있는 Fed의 양적 긴축(QT)까지 고려하면 금융시장에서 거의 3000억 달러를 빼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산술적으로 S&P500 지수가 다음 달에 6%가량 하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3~0.4% 안팎의 내림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하락 폭은 커졌습니다. 나스닥은 오전 11시 40분께 1.5%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월가에서는 "나쁜 뉴스는 나쁜 뉴스"라는 말이 회자했습니다. 파이퍼 샌들러는 "나쁜 뉴스 비관론이 다시 돌아왔다. 우리는 나쁜 거시경제 데이터가 시장에도 부정적이라는 것을 보기 시작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나쁜 거시경제 뉴스가 나온다 해도 Fed의 전환→연착륙으로 이어진다면 굿 뉴스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Fed가 긴축을 고수한다면 나쁜 뉴스는 그야말로 침체가 다가오고 있음을 나타내는 나쁜 뉴스가 될 수 있죠. 제롬 파월 의장이 선호하는 국채 3개월물과 10년물 수익률 곡선의 역전 폭은 100bp를 훌쩍 넘어 역대 최대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를 강하게 경고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게 된다면 증시 상황은 어려워질 것입니다.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글로벌 헤드는 경기 침체가 아직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지금 주가수익비율(P/E) 17배 중반에 이르는 주가는 연착륙을 가정한 수준이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경착륙이 발생하면 주가는 추가 10~20% 하락할 수 있습니다. 콜라노비치는 "경기 침체가 컨센서스이기 때문에(이미 반영됐기 때문에) 시장과 경제적 결과가 더 개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미국 산업주, 비기술 대형주(다우 종목), 유럽 주식은 기본적으로 작년에 보합세를 보였으며 이전 최고가에 근접했다. 지난 가을 이후 20%까지 상승했는데, 이는 경기 침체가 현재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콜라노비치는 "작년부터 지금까진 우리는 전례 없는 글로벌 통화 긴축, 에너지 위기, 인플레이션 위기, 지정학적 위기, 이익 감소 및 경기 침체 확률의 상당한 증가를 겪었음을 명심하라"라고 덧붙였습니다.
주요 지수는 오후 1시를 앞두고 조금씩 하락 폭을 줄였습니다. Fed의 대표적 비둘기파인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의 연설이 예정된 때였습니다. 그녀의 발언은 이렇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완만한 성장을 배경으로 매우 높은 수준에서 지난 몇 달 동안 감소하고 있다. 근원 상품 및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의 (둔화하는) 물가 추세, 임금의 일부 감속에 대한 잠재적 징후, 고정된 기대 인플레이션 및 기업들의 마진 압축 등은 우리가 현재 1970년대 스타일의 임금 주도 나선형 물가 상승을 겪고 있지 않다는 확신을 줄 수 있다." →인플레이션 급등은 없다
▶"일자리 감소 없이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연착륙'을 지지하는 증거가 커지고 있다. 총수요의 지속적 완화는 상당한 고용 손실 없이 노동시장의 지속적 완화와 인플레이션 감소를 촉진할 수 있다." →연착륙이 가능하다
▶"작년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의 완전한 영향이 아직 느껴지지 않는다. 파이프라인에 있는 누적된 긴축의 완전한 영향이 여전히 앞에 놓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 →금리 더 많이 올리지 않아도 된다
전반적으로 완화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놀랄만한 새로운 비둘기파적 발언을 한 것은 아닙니다. 또 다른 Fed 위원들처럼 "최근 둔화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상태이다.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이 2%로 돌아가게 하려면 한동안 충분히 제약적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브레이너드의 발언을 전후해 주가 하락 폭은 축소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브레이너드 발언이 특별히 비둘기파적이라고 보긴 어려웠지만 뭔가 희망을 찾는 투자자들에게 일부 걱정을 덜어준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장 후반이 되자 다시 하락 폭이 커졌습니다. 다우와 S&P500 지수는 각각 0.76% 하락했고, 나스닥은 0.96%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전반적으로 시장은 모멘텀을 잃은 듯 합니다. 웰스파고의 크리스 하비 전략가는 "S&P500지수가 지난 이틀간 장중 우리의 단기 공정 가치 추정치(4014)를 스쳐 지나간 뒤 미끄러졌고 숨 쉴 틈이 필요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라며 "올해 들어 급격한 랠리를 주도하는 요인(숏커버링, 위험자산 매수, 금리 하락)이 단기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시장이 횡보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에버코어 ISI의 줄리언 에마뉘엘 전략가는 "뉴욕 증시의 새해 초 랠리가 끝났다"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는 "경제 지표의 놀라움이 점점 더 아래쪽으로 발생하고 있다"라면서 "과거 베어마켓은 경기 침체가 시작되기 전에 바닥을 친 적이 없고, 지금 경기 악화는 그런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도록 해준다"라고 말했습니다.
JP모건의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도 "랠리는 끝났나? 지금은 그렇게 보인다. 우리는 올해 초 중립에서 강세에 가까운 시각으로 접근했지만, 디스인플레이션이 컨센서스가 된 가운데 지금 우리는 '나쁜 뉴스를 나쁜 뉴스'로 보는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기술적으로도 S&P500 지수는 3898.85로 마감되어 장기 추세선인 200일 이동평균선(3972)뿐 아니라 단기 추세선인 50일 이동평균선(3921)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펀드스트랫은 "S&P500 지수는 작년 4월 이후 20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이틀 이상 머문 적이 없다. 주가가 그 선을 돌파해 훨씬 위에서 마감되기 전까지는 투자자들이 '어떻게 되나 보자'란 태도를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마이크 산톨리 CNBC 주식 평론가는 "연초 랠리에 대한 차익 시현으로 볼 수도 있다. 지난 두 달간 주가를 받쳐온 떨어지는 금리, 떨어지는 달러라는 두 가지 긍정적 요인은 여전히 살아있다"라고 말했습니다.
4분기 어닝시즌도 상승 모멘텀을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제 장 마감 뒤에 실적을 내놓은 알코아와 올스테이트, 디스커버 파이낸셜, 보네이도 등도 실적이 실망스러웠습니다. 세계적인 알루미늄 회사 알코아의 경우 매출이 1년 전보다 20% 감소했습니다. 또 주당 순손실 70센트가 발생해 1년 전 2.5달러 주당순이익에서 적자 전환했습니다. 알코아는 "낮은 알루미늄 가격과 함께 높은 에너지 및 원자재 비용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디스커버 파이낸셜의 경우 EPS는 3.77달러로 월가 예상을 넘었지만, 자사 신용카드의 4분기 상각률이 2.37%로 상승했다며 대손충당금을 늘렸습니다. 특히 올해 순상각률을 3.50~3.90%로 제시했는데 이는 2022년 1.82%나 월가 예상(2.8%)보다 훨씬 높은 것입니다. 오늘 아침 실적을 공개한 프록터앤드갬블(P&G)은 모두가 주시한 기업입니다. P&G는 강력한 시장지배력과 가격결정력을 가진 세계적인 소비재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P&G는 4분기에도 제품 가격을 또다시 10% 높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제 타이드(Tide)는 13%, 면도기 질레트(Gillette)는 11%, 기저귀 팸퍼스는 8% 올렸습니다. 그래서 4분기 매출(208억 달러), 이익(39억3000만 달러, 주당 1.59달러)은 월가 예상에 부합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각각 전년 대비 1%, 7% 감소한 수치입니다. 4분기 판매 상품의 총량이 6% 줄어든 탓입니다. 분기별 최대 감소 기록입니다.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에 부딪힌 것이지요. 물론 러시아에서의 판매 중단, 중국 내 코로나 확산 등으로 인한 영향도 있습니다. P&G는 올해 EPS가 기존 가이던스의 하한선에 가까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장 마감 뒤 실적을 공개한 넷플릭스도 4분기 실적은 좋지 않았습니다. 매출은 78억5000만 달러(전년 대비 1.9% 증가)로 예상과 같았지만, EPS는 12센트에 그쳐 예상 45센트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다만 글로벌 유로 순 가입자가 766만 명(예상 457만 명)에 달해 희망을 던졌습니다. 이전 분기 순 가입자 240만 명, 기존 가이던스 450만 명보다도 훨씬 많습니다.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에도 가입자 순증을 예상하며, 1분기 말에 계정공유 옵션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순 가입자가 더 빨리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 회장을 맡게 된다고 발표했습니다. 공동 CEO이던 테드 서랜도스와 그레그 피터스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새로운 공동 CEO로 선임됐습니다.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6% 넘게 급등하고 있습니다. 어제 발표된 12월 생산자물가(PPI)가 하락해서 좋은 소식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바이탈 날리지는 "PPI 하락은 인플레이션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기업 실적 측면에서는 더 가격 인상, 부담 전가가 어렵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소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팩트셋은 4분기 S&P500 기업의 이익은 전년 대비 -3.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20년 3분기(-5.7%) 이후 첫 감소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2023년에도 이런 이익 감소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지속해서 실적 추정치를 낮추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로 인해 2023년 1분기와 2분기 이익 추정치도 전년 대비 성장에서 전년 대비 감소로 전환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작년 6월 30일 기준 2023년 1분기 이익 증가율 추정치는 9.6%, 2분기 추정치는 10.3%였는데요. 작년 9월 30일에는 1분기 6.3%, 2분기 5.1%로 떨어졌고, 지금은 1분기 -0.6%, 2분기 -0.7%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부채한도를 둘러싼 걱정도 잠재적 불안 요인입니다. 오늘 연방정부는 부채한도 상한선 31조 4000억 달러를 다 채우게 되고요. 그렇다고 당장 채무 불이행, 부도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재무부는 여전히 Fed에 예치해놓은 일반 계정(TGA)에 남아 있는 자금을 쓸 수 있고, 예고한 대로 예산을 최대한 아끼는 특별조치에 들어가서 예산을 아껴 쓰게 됩니다. 월가는 정부 예산이 다 소진되는 'X date'를 8월 중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부채한도에 합의해야 할 민주당과 공화당 간의 인식 격차가 크다는 점입니다. 공화당은 부채한도 증액과 예산 감축을 연계해 협상하자는 입장이고, 백악관은 이미 발생한 부채를 앞으로 짜게 될 예산과 연계할 수 없다며 협상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모건스탠리의 퀀트 전략팀은 지난 한 해 동안 증시의 가장 중요한 단일 동인은 과잉 유동성이었는데, 이게 곧 더 제약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재무부가 특별조치를 통해 현금을 쌓아두면서 금융시스템 내의 유동성이 한 달에 2000억 달러가량 감소하리라는 것입니다. 한 달에 950억 달러씩 유동성을 빼내고 있는 Fed의 양적 긴축(QT)까지 고려하면 금융시장에서 거의 3000억 달러를 빼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산술적으로 S&P500 지수가 다음 달에 6%가량 하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