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라도 먹고 살아야죠"…붕어빵 팔아 버티는 공인중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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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한파에 공인중개사 '시름'
'숍인숍' 운영 통해 활로 모색…업종도 다양
전단지 돌리는 '영업' 나서기도…"먹고 살아야"
'숍인숍' 운영 통해 활로 모색…업종도 다양
전단지 돌리는 '영업' 나서기도…"먹고 살아야"
"거래가 워낙 없다 보니 힘든 게 사실이죠. 어떤 중개사들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서 붕어빵도 굽고 커피도 판다고 하더라고요. 워낙 힘드니 이렇게라도 먹고 살려는 것 아니겠습니까."(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중개 대표)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이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거래 한파'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심지어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서 붕어빵을 굽고 커피를 내려 파는 '숍인숍'(Shop in shop)을 운영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2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이뤄진 아파트 거래는 모두 1만1805건이다. 월별로 보면 △1월 1090건 △2월 816건 △3월 1423건 △4월 1745건 △5월 1727건 △6월 1060건 △7월 637건 △8월 669건 △9월 605건 △10월 558건 △11월 731건 △12월 744건 등이다.
지난해 거래 건수는 직전연도인 2021년도와 비교하면 3분의 1 이상 토막 났다. 2021년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매매 건수는 모두 4만1949건이다. 2020년 8만1142건에 비해선 8배가량 쪼그라들었다. '거래 절벽'이 아니라 '거래 소멸'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거래가 말라붙은 이유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치솟았던 집값이 빠르게 하락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풀었던 돈을 회수하기 위해 금리가 치솟은 탓이다.
'거래 절벽'으로 사정이 어려워지자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살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최근엔 중개업소 내에서 또 다른 가게를 여는, 이른바 '숍인숍' 형태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업종도 다양하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부터 로또 판매점, 카페, 꽃집에 심지어는 붕어빵까지 판매하는 곳도 있다.
서울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 중개 대표는 "투잡을 뛸 여력이 안 되는 중개사들이 '숍인숍' 형태로 다른 가게를 열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거래 절벽이 지속되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2의 직업'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중개사들도 있지만 '본업'에 더 충실한 경우도 있다. 고객이 제 발로 찾아오는 시기는 지났다는 판단에서다.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손님이 한 명이라도 찾아올까 싶어 매매와 전·월세 물건이 담긴 전단을 만들어 강남 일대에 돌리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며 "상승장에는 따로 광고하지 않아도 매수자, 매도자들이 찾아왔지만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당장 거래해야 먹고 살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고용했던 직원을 내보내거나 심지어는 문을 닫고 있다. 압구정동 한 공인 중개 대표는 "공인중개업소는 월급제가 아니라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가져가는 구조가 많다"며 "거래가 많을 땐 수수료도 많이 떨어지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몇 달을 일해도 가져가는 게 거의 없다. 그러니 (직원이) 못 버티고 나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지도 어려운 경우엔 문을 간헐적으로 열거나 아예 닫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공인중개사들이 '숍인숍'과 더불어 발품을 팔면서 영업에 나선 까닭은 당장 공인중개업소 월세를 내지 못할 처지에 놓여서다. 인천에 있는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지역에서 오래 중개업을 한 중개사들은 이런 어려운 시기에도 버틸만 하지만 부동산 급등기 진입한 중개사들은 당장 내야할 월세는 커녕 점심값도 못 버는 게 사실"이라며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무엇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부동산 공인중개사 폐업 수는 1103건이다. 반면 새로 개업한 중개업소는 853건이었다. 휴업은 106건이었는데 폐·휴업 건수가 개업 건수보다 더 많은 상황이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폐업보다 개업이 더 많았지만, 8월부터 폐업하는 공인중개업소가 더 늘어나기 시작해 11월엔 개업과 폐업의 격차가 250건까지 벌어졌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이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거래 한파'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심지어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서 붕어빵을 굽고 커피를 내려 파는 '숍인숍'(Shop in shop)을 운영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2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이뤄진 아파트 거래는 모두 1만1805건이다. 월별로 보면 △1월 1090건 △2월 816건 △3월 1423건 △4월 1745건 △5월 1727건 △6월 1060건 △7월 637건 △8월 669건 △9월 605건 △10월 558건 △11월 731건 △12월 744건 등이다.
지난해 거래 건수는 직전연도인 2021년도와 비교하면 3분의 1 이상 토막 났다. 2021년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매매 건수는 모두 4만1949건이다. 2020년 8만1142건에 비해선 8배가량 쪼그라들었다. '거래 절벽'이 아니라 '거래 소멸'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거래가 말라붙은 이유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치솟았던 집값이 빠르게 하락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풀었던 돈을 회수하기 위해 금리가 치솟은 탓이다.
'거래 절벽'으로 사정이 어려워지자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살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최근엔 중개업소 내에서 또 다른 가게를 여는, 이른바 '숍인숍' 형태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업종도 다양하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부터 로또 판매점, 카페, 꽃집에 심지어는 붕어빵까지 판매하는 곳도 있다.
서울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 중개 대표는 "투잡을 뛸 여력이 안 되는 중개사들이 '숍인숍' 형태로 다른 가게를 열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거래 절벽이 지속되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2의 직업'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중개사들도 있지만 '본업'에 더 충실한 경우도 있다. 고객이 제 발로 찾아오는 시기는 지났다는 판단에서다.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손님이 한 명이라도 찾아올까 싶어 매매와 전·월세 물건이 담긴 전단을 만들어 강남 일대에 돌리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며 "상승장에는 따로 광고하지 않아도 매수자, 매도자들이 찾아왔지만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당장 거래해야 먹고 살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고용했던 직원을 내보내거나 심지어는 문을 닫고 있다. 압구정동 한 공인 중개 대표는 "공인중개업소는 월급제가 아니라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가져가는 구조가 많다"며 "거래가 많을 땐 수수료도 많이 떨어지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몇 달을 일해도 가져가는 게 거의 없다. 그러니 (직원이) 못 버티고 나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지도 어려운 경우엔 문을 간헐적으로 열거나 아예 닫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공인중개사들이 '숍인숍'과 더불어 발품을 팔면서 영업에 나선 까닭은 당장 공인중개업소 월세를 내지 못할 처지에 놓여서다. 인천에 있는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지역에서 오래 중개업을 한 중개사들은 이런 어려운 시기에도 버틸만 하지만 부동산 급등기 진입한 중개사들은 당장 내야할 월세는 커녕 점심값도 못 버는 게 사실"이라며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무엇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부동산 공인중개사 폐업 수는 1103건이다. 반면 새로 개업한 중개업소는 853건이었다. 휴업은 106건이었는데 폐·휴업 건수가 개업 건수보다 더 많은 상황이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폐업보다 개업이 더 많았지만, 8월부터 폐업하는 공인중개업소가 더 늘어나기 시작해 11월엔 개업과 폐업의 격차가 250건까지 벌어졌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